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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28 00:33:13
Name endogeneity
Subject [일반] 해킹, 피싱, 파밍 등으로 인한 예금인출과 은행의 책임.



0. 들어가며



최대한 간단하게 요점만 쓰고자 합니다.
위 문장은 글을 2000자 이내로 쓰겠다는 각오의 산물이었는데 쓰고보니 간단하긴 개뿔이라 철회합니다 ㅠㅠ



1. 예금계약의 성질=소비임치.



민법이 정하는 총 14가지의 전형계약 중 '소비대차'와 '임치'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자는 금전 등 소비물을 빌려서 소비한 뒤 동종, 동량의 '다른 물건'으로 되돌려주는 계약이고
후자는 남의 물건을 보관해주다가 그대로 되돌려주는 계약입니다.
소비임치라는 것은 양자가 혼합된 형태의 계약입니다.
소비임치는 수치인이 보관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를 맘대로 써버릴 수 있는 점에서 통상의 임치와 구분됩니다.
소비임치는 반환시기를 사전에 정하지 않은 경우 임치인의 반환요구에 수치인은 즉시 응해야 하는 점에서 통상의 소비대차와 다릅니다.
그리고 사실 반환시기를 정하지 않은 소비임치는 소비대차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이상(민법 702조 참조)
'임치인의 반환요구에 수치인이 즉시 응할 의무'야말로 소비임치의 핵심적 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일찍부터 예금계약은 소비임치계약에 해당한다고 해왔습니다.(85다카880 등)
임치인=예금자, 수치인=은행이 되는 것입니다.
이에 은행은 예금자가 맡긴 돈을 자유로이 소비할 수 있으나, 예금자의 반환요구에 즉시 응할 의무를 집니다.

이런 사항은 은행이 엉뚱한 인간들에게 예금을 인출해주고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은행은 돈을 보관할 의무도 있지만, 돈을 되돌려줄 의무도 있는 것이고 오히려 그 쪽이 더 본질적이라고도 할수 있는 셈입니다.
(한 대법원 판결은 은행의 준점유자 변제를 인정하면서 바로 이런 점을 고려사항으로 들고 있습니다. 2006다44791)



2. 민법 470조: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통상 빚이란 진짜 채권자에게 갚아야만 갚아지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가짜 채권자에게 돈을 준 채무자가 빚을 갚았다고 봐줘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소위 '거래 안전'을 위하여)
민법은 470조에서 채권의 준점유자에게 선의 무과실로 한 변제는 채권을 소멸시킨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채권의 준점유자라는 건 쉽게 말하면 '몹시 진짜 채권자처럼 보이는 자'을 말합니다.
법원은 '변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의 거래관념 상 채권을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을 만한 외관을 가진 자'라고도 표현합니다.

이런 채권의 준점유자로서 뭐 여러가지 사례가 언급되지만 아주 전형적인 예로 '예금주의 인장과 통장을 소지한 제 3자'가 있습니다.
즉 제 3자가 예금주의 인장과 통장을 입수해서 은행에 찾아가 예금인출 요청을 하자 은행직원이 통상의 절차만 거쳐서 예금을 지급해줘도
위 소비임치 계약에 의해 은행이 진짜 예금주에게 지는 예금반환의무는 소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통상 해킹, 피싱, 파밍 등에 의해서 공인인증서를 털어냈다거나 하는 경우 범인들은 거의 무조건 준점유자 지위를 얻게 됩니다.

이들에게 돈을 준 은행은 기본적으로 무과실이라고 보게 되고요. 무과실이 인정되는 이상은 불법행위책임 등도 인정 여지가 없게 되고.
그러니 은행으로서는 범인들에 대한 예금 지급으로, 예금주에 대한 예금반환채무를 면한다는 주장을 할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3. 전자금융거래법 9조: 은행의 무과실 배상책임, 은행의 면책사유로서 '고객의 고의-중과실'



앞서 본 법리를 그대로 관철하면 불우한 서민들은 사소한 실수 한두번에 시원하게 쪽박을 차게 될 것이고
한편으론 해킹, 피싱, 파밍 등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에 유리한 주체인 은행이 그런 노력을 들일 유인이 없으므로
사회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2006년 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9조에서 일정한 경우 은행의 원칙적 무과실 배상책임을 규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은행이 일정한 사항을 증명하면 책임의 전부 내지 일부를 면하게 된다고 하여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 특히 중요한 것이 '고객의 고의-중과실'인데 이에 관하여는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8조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전자금융거래약관이 그대로 따르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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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조(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책임)

①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고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개정 2013.5.22.>
1. 접근매체의 위조나 변조로 발생한 사고
2. 계약체결 또는 거래지시의 전자적 전송이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3. 전자금융거래를 위한 전자적 장치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접근매체의 이용으로 발생한 사고
②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자가 부담하게 할 수 있다.
1. 사고 발생에 있어서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로서 그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을 미리 이용자와 체결한 경우
2. 법인(「중소기업기본법」제2조제2항에 의한 소기업을 제외한다)인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로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보안절차를 수립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는 등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
③제2항제1호의 규정에 따른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약관(이하 "약관"이라 한다)에 기재된 것에 한한다.
④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하여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8조(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범위) 법 제9조제3항에 따른 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이용자가 접근매체를 제3자에게 대여하거나 그 사용을 위임한 경우 또는 양도나 담보의 목적으로 제공한 경우(법 제18조에 따라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를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경우를 제외한다)
2. 제3자가 권한 없이 이용자의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접근매체를 누설하거나 노출 또는 방치한 경우
3.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법 제6조제1항에 따른 확인 외에 보안강화를 위하여 전자금융거래 시 요구하는 추가적인 보안조치를 이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 법 제9조제1항제3호에 따른 사고가 발생한 경우
4. 이용자가 제3호에 따른 추가적인 보안조치에 사용되는 매체ㆍ수단 또는 정보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법 제9조제1항제3호에 따른 사고가 발생한 경우
가. 누설ㆍ노출 또는 방치한 행위
나. 제3자에게 대여하거나 그 사용을 위임한 행위 또는 양도나 담보의 목적으로 제공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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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해킹, 피싱, 파밍으로 인한 예금인출과 관련된 것들을 검게 표시해봤습니다.
물론 이 글자들이 중요하기보단 실제 사안에서 어찌 적용되는지가 중요한데
법원은 고객의 고의, 중과실을 인정하는데 극히 적극적입니다.




4. 법원의 태도: 고객 과실 인정에 적극적


올 초에 나온 대법원 판결 하나만 인용해보겠습니다. 전형적인 피싱 사례입니다.


"원고는 피고들에서 각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금융거래를 하면서 인터넷뱅킹서비스를 이용하여 왔는데,
성명불상자가 2012. 3. 30.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라고 속이고 원고로 하여금 허위 대검찰청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게 한 후 원고의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신용카드번호, 예금계좌번호, 각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보안카드 비밀번호를 각 입력하게 하였다.
위 성명불상자는 같은 날 원고가 입력한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하여 원고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았고, 이를 이용하여 현대카드 주식회사 등 3개의 금융기관로부터 대출서비스 등을 받아 그 각 금전을 위 각 예금계좌로 송금받은 다음 다시 제3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송금하였다.

(중략)

① 이 사건 금융사고 당시에는 전화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가 빈발하여 이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이었던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금융사고 당시 만 33세로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등 사회경험이 있었고 1년 이상 인터넷뱅킹서비스를 이용하여 왔던 점,
③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의 조사과정에서 성명불상자로부터 ‘001’로 시작되는 국제전화를 받아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④ 그럼에도 원고는 제3자에게 접근매체인 공인인증서 발급에 필수적인 계좌번호, 계좌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보안카드번호, 보안카드비밀번호를 모두 알려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제3자가 권한 없이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노출’하였다."(2013다86489)



이외에 사실심 판결 몇개를 더 예로 들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태도는 비슷합니다.
어떤식으로든 고객 측으로부터 정보가 새어나간 사유가 하나라도 있다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제 3자가 권한없이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쉽게 알수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특히 이 판결은 요즘 보이스 피싱에 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객 과실을 인정하는 근거로 쓰고 있습니다.
이건 기존의 사실심 판결에서도 아주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인데 그런 막연한 인식을 과실 인정,
그것도 심지어 '중과실' 인정의 근거로 쓰는 것이 타당한가는 뭐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그 전에 시행령의 법문 자체가 '쉽게 알수 있었을 경우'라고 쓰여 있어서 저런 해석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특히 몇몇 사실심 판결은 그나마 '고의인 경우는 은행 전부면책/중과실인 경우는 은행 일부면책'이란 판단을 내린 적도 있었는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중과실인 경우 전부면책을 한 원심판결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대단히 자명한 것처럼 딱 한줄 써놓음으로서
고객 측에게 뭔가 정보가 새나갈 만한 사유가 하나라도 있으면 은행은 단 한푼도 물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 같습니다.
혹시 9조 2항이 은행 책임이 '전부 또는 일부' 면책될 수 있다고 정한 건 입법 실수라도 된다고 보는 것일까요?




5. 나가며


이 글을 간단히 요약하면



1) 은행은 고객 돈을 관리할 의무도 있지만, 요청이 왔을 땐 즉시 돌려줄 의무도 있고
2) 후자의 경우 '진짜 채권자'처럼 보이는 가짜에게 돌려준 경우 은행은 보호되며
3) 현대형 금융사고에 대비하고자 전자금융거래법은 은행의 원칙적 무과실책임을 정했으나
4) 법원은 은행의 예외적 면책사유를 폭넓게 적용하여 대부분의 해킹, 피싱, 파밍 사례를 면책한다.



본문은 은행 과실이 빼도박도 못한 경우, 고객 무과실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경우 등
은행이 보험 처리 등을 해서 순탄히 처리된 사례까지 포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법원의 태도가 저런 이상 은행 입장에선 이런 사고가 터졌을 때의 자신감이 아주 드높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애매하다 싶으면 '고객 과실이 있을지도 모르니 보상이 좀 어렵겠다'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고요.
뭔가 하나만 걸리면 그건 무려 '고객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하고 은행은 배상책임이 없게 되는 것이고요.



법원의 저런 처리가 전자금융거래법 9조의 입법취지에 어울리는 것인지는 무식한 필자는 공부가 부족해서 그런가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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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fish-72만세
14/11/28 00:41
수정 아이콘
역시 기업편인 갓한민국 법원
당근매니아
14/11/28 00:43
수정 아이콘
은행이 저런 거 일일히 물어주다가 공채인원 줄이고 혹여라도 인원감축이라도 하게 되면 아아아아주 큰일이니, 뭐 몇명 집 아작이 나든 말든 뭐 그리 큰 일이겠습니까 허허^^;;
불타는밀밭
14/11/28 00:45
수정 아이콘
피싱은 어찌어찌 잘 알고 있으면 방어가 된다 치더라도

해킹은 정말 평범한 사람으로써는 방어를 할 수 없는데 이걸 어쩌라고? 싶군요.
멀면 벙커링
14/11/28 00:51
수정 아이콘
법이라도 바꿔서 은행을 강하게 쪼아야 할텐데...기업사랑이 남다르신 우리 국회의원님들은 손하나 까딱 안하시겠죠.
swordfish-72만세
14/11/28 00:59
수정 아이콘
이건.의원들의.입법.취지를.무시한.판사님들.공이죠
리듬파워근성
14/11/28 00:57
수정 아이콘
익숙하네요. 피해자가 증명해내야 하는 자동차 급출발과 같은 같은 경우인듯.
The Genius
14/11/28 01:05
수정 아이콘
전 전체적인 논지에 대해서 확실한 의견을 가지지는 않지만, 이 글만 읽고 드는 생각은, 핵심 주장 중 하나인 법원의 고객 과실 인정에 적극적이라는 주장의 근거인
'중과실인 경우 전부면책을 한 원심판결이 위법하지 않다' = '고객 측에게 뭔가 정보가 새나갈 만한 사유가 하나라도 있으면 은행은 단 한푼도 물어줄 이유가 없다'
는 해석에 많은 무리가 있지 않나요. 위법하지 않다는 얘기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절대 아니고, 실례에서도 사소한 사유가 하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계좌와 보안카드의 비밀번호까지 다 썼다는 건 법 조문에서 은행측 전부 면책을 줄 만한 것 같은데요. 여기서 그러면 은행에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가 있겠습니까.

적어도 저는 들어주신 근거에서, 한국 법원은 은행의 면책에 있어서 상당히 합리적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판단이 드네요. 법률에 전부 또는 일부 면책 가능하다고 한다면 어떤 경우에 전부 면책이고 어떤 경우에 일부 면책인지가 판결을 통해서 정해질 텐데, 글 쓰신 분은 어떤 경우에 전부 면책이 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endogeneity
14/11/28 01:15
수정 아이콘
일단 동법 9조는 '이용자의 고의, 중과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중과실'이란 말의 의미는 사실 불명확하기로 유명하지만 많은 경우 '고의와 동일시될 정도의 과실'이라고 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많은 경우 중과실이란 개념은 '이 행위를 고의라고 딱 짤라 말할 수는 없지만 과연 이게 고의가 아니라고?' 라고 생각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단적으로 법인 대표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법인의 배상책임을 면책시키는 피해자의 고의 중과실(법문엔 규정이 없음에도 판례가 인정하는)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법원 판결, 그리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문제된 많은 사례들을 보면
피해자들이 접근매체를 노출하여 금융사고를 일으키려는 고의 내지는 그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상당히 수상한 냄새가 나는 행태를 보여준 게 아니라
속거나 겁을 먹고 그런 행동을 한 경우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문 판결만 해도 자기가 검사라고 주장하는 상대방한테 겁먹고 수사를 당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접근매체를 노출하는 중이지요.

이런 경우에도 피해자들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 더해 '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위반'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특히 법문이 '고의 또는 과실'이 아닌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고 정하는 것으로, 평범한 과실을 범한 피해자들에 대해선
은행의 면책을 용납치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러한 사안에선 말입니다.
The Genius
14/11/28 01:18
수정 아이콘
그러면 정확하게 주장하시는 바가 어떤 건가요.
1. 사기 피해자의 행동이 중과실이 아니라 과실이다
2. 중과실이지만 은행 전부 면책은 부당하다
endogeneity
14/11/28 01:31
수정 아이콘
일단 종래 판례가 고객의 중과실이 있다고 본 사안들 중 많은 것들은 경과실(=단순 과실)로 흡수되어 은행의 전부배상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남겨진 중과실 사안들은 법문의 해석 상 일부 면책을 인정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단 이건 그렇게 칼처럼 자를 것은 또 아닐 것이고요. 경우에 따라선 전부면책시켜야 할 중과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 경우 은행 측은 약관으로 '고의 또는 과실' 면책을 정할 수 있을 건데, 인보험약관에 관한 확고한 판례(2003다60952 등)를 보면 그런 약관은 경과실을 면책시켜주는 한도 내에서 무효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요.(이런 판례가 형성되어 있는 점도, 경과실/중과실 구분이 분명히 이뤄져야 할 근거 중 하나죠.)

덤으로 고객의 행위가 경과실/중과실/미필적 고의 중 어디에 속할지는 저 위 대법원 판결보다는 좀 더 세심하게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사실 저 판결은 결론도 결론이지만 과정에서의 무성의함이 참...
The Genius
14/11/28 01:47
수정 아이콘
1번이 주장하시는 바이군요. 많은 사안들 중 하나를 들어서 중과실이 아니라 단순과실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건데, 그 한 사례가 중과실이 아니라기에는 바칠 수 있는 정보라고는 하나도 남김없이 다 사기꾼에게 바친 사람이라 무리가 있어 보이네요. 이거야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같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본문에 쓰신 것처럼 극히 편향되고 적극적으로 은행 손을 든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법문의 해석 상 향후의 사건에서 일부 면책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당장 판결문에서 원심판결이 마땅하다, 정당하다가 아니라 원심판결이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별론으로) 위법하지 않다라고 표현했는데요. 따라서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하신다면 좀 더 납득이 가는 사례가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문 내용 중에 중과실은 일부 면책으로 한 하급심 판결을 지지하는 문장이 들어가 있어서 좀 2번 주장이 섞인 듯 합니다. 게다가 고의-전부면책, 중과실-일부면책으로 일률적으로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법률의 입법취지를 무시하는 판결이 되겠죠.

따라서 본문의 사례에서 저는 법원이 잘못 판결을 내렸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ndogeneity
14/11/28 02:03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제 생각은 1과 2 모두 다 타당하다는 쪽입니다.
다만 2.는 중과실의 의미 자체의 모호함 때문에 딱 자르기 어렵단 것이고요.
사실 The Genius님이 왜 1.과 2.를 마치 양자택일 관계처럼 나열하셨는가가 좀 의아합니다.

판결문에 '위법하지 않다'는 언급은 일단 상고이유에서 변호사가 중과실과 면책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을 하고
대법관이 이를 배척하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판결 이유에 이렇게 언급된 판단이 필연적으로 구속력을 갖거나 하는 건 아니란 지적이시라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그 특성상 아무리 사소한 방론이라도 나중에 새로운 판례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습니다.
특히 이 판결은 전자거래법 9조의 고객 중과실에 대한 극히 드문 대법원 판결이라 관련사건에서의 위상이 매우 높고요.

게다가 종래 고의/중과실 구분을 인정하는 전제로 판단한 사실심 판결이 있었고
아마 상고이유에서 변호사가 이를 인용하면서 일정한 분량을 써가면서 주장을 했을 건데
이 사건 주심 대법관(양창수 옹이시죠;)은 그 점은 딱 한줄로, 마치 읽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일축하는 모습이죠.
대법원의 이런 판단이 이후 사실심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까 싶습니다.
사악군
14/11/28 01:50
수정 아이콘
전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법원 판결에 조금 불만이 있는 편이긴 한데, 위 판례는 법원이 중과실을 너무 쉽게
인정한다는 사례로 들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계좌/비밀번호/보안카드 번호를 모두 알려주는 행위는 중과실이라 하기에 충분하고 '고객에게서 뭐라도 나갔다면 중과실'이라는 건
지나친 비약입니다.

그리고 사실 보이스피싱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자기 비번/자기 명의를 남에게 알려주는 것은 그 자체가 고의/중과실이라는 인식이 빨리 퍼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서..
부동산/금융실명제가 시행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채무면탈을 위한 명의신탁이나 대포통장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커요.

신탁자들의 반환청구권을 아예 인정하지 말고 명의대여자에 대한 책임을 더 엄격히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endogeneity
14/11/28 02:20
수정 아이콘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말하자면 여수신관계에 관한 한 '실명거래 원칙의 확립'과 '현대형 금융사고에 대한 소비자 보호'는
다소 상충되는 면이 있지만 조화시켜야 할 양대 정책목표라고 말할 수 있겠죠.
굳이 따지면 본문은 '현재의 법원의 해석론이 전자에 편향되어 있다'고 순화시켜도 무방할 것이고요.
(사실 The Genius 님도 같은 취지의 지적을 하고 있는 거라고 이해되기도 합니다.)

근데 지난 10년간 은행만큼 법원에서 짭짤한 결과물을 올려왔던 집단이 있나 싶습니다.
물론 그게 상당부분 금융거래의 실명화를 위한 법원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던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요.
슬슬 저울을 반대편으로 기울여도 될 법 할텐데...
endogeneity
14/11/28 01:50
수정 아이콘
그리고 보면 저렇게 털린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범인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경우가 있고
그런 경우 가짜 검사한테 속아서 개인정보를 노출시켜준 사람들은 은행에게 이른바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합니다.
근데 반대로 은행이 수상한 거래를 파악한다든가 통지해야 한다든가 하는 걸 못한 부분이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라는 고객 측 주장은 배척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본문의 대법원 판결 중)
타임트래블
14/11/28 05:30
수정 아이콘
계좌번호, 보안카드, 비밀번호 등을 알려준 것 자체가 중대한 과실입니다. 이건 오프라인 거래로 치면 통장과 도장, 비밀번호와 신분증에 대리인 증명서까지 준 것과도 같습니다. 만약 이런 경우까지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면, 지나친 규제로 금융거래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워 집니다. 게다가 은행, 방송, 언론을 통해 수백차례나 은행은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홍보하고 있음에도 그걸 관리하지 않은 건 예금자의 중과실이 맞다고 봅니다.
껀후이
14/11/28 09:22
수정 아이콘
근데 글쓴분이 예로 드신 판례를 봐도 그렇지만 상대방이 작정하고 속이고자 보이스피싱을 하면
이건 100% 보이스피싱이다! 하고 피할 수 있을까요 전 국민이? 하다못해 오프라인에서도
짜고 치는 사기에 당하는건 다반사인데 말이죠...고객측의 과실을 어떻게든 적용시키려는
법원의 치졸한 행태라고 보여집니다만...
프랑켄~~
14/11/28 10:20
수정 아이콘
그러면 그걸 은행 과실로 볼 건덕지가 있나요?
사기꾼을 잡는게 최선의 방법이지만, 고객과 은행 양측만 놓고 본다면 위 사례는 고객 과실로 볼수 밖에 없을거 같네요
endogeneity
14/11/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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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정도의 처리라면 민법의 법리만으로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겠죠. 가령 은행 측 입장에선

1) 계약상 채무는 채권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 소멸하였고
2) 은행의 불법행위책임은 행위가 없거나, 고의나 과실이 없어 성립하지 않으며
2-1) 설령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고객측 과실이 있는 이상 과실상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뭐 이런 정도 주장만으로도 대부분의 경우 1), 2) 선에서 게임이 끝날거고
드물게 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과실상계 폭이 50~80%까지 가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푼돈 수준의 배상액만 남게 되겠죠.
그리고 보면 전자금융거래법 9조 적용 하의 현재도 고객 대 은행이 싸우면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굳이 일부 유형의 금융사고에 관한 은행의 무과실 배상책임을 창설하고
고객 측의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면책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를 보이는 전자금융거래법 9조의 규정이
과연 이런 결과를 예정하고 있는 것인가는 아주 의심스럽다고밖엔 못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럴 거면 그냥 동법 규정을 삭제하거나 '은행 측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 배상한다고 하던가요.
사악군
14/11/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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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많으니까요.. 은행입장에서도 소송비용도 들어가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경우
은행입장에서 푼돈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저는 이 문제는 배상책임으로 갈 것이 아니라 보상책임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봐요.

'은행이 잘못을 했기에 책임을 진다' 개념이 아니라 '은행이 이익을 보기에 위험부담도 진다'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인터넷거래나 텔레뱅킹같은 비대면 거래- 특히 대출같은 경우는 편의성이라는 고객의 이익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익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발생합니다. 운영비용이 들지 않고 거래의 활성화로 매출을 늘릴 수 있죠.
그런데 비대면 거래는 이런 사칭 등 피해가능성, 위험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니
이런 거래형태의 이익은 은행이 향유하고 위험은 고객이 부담하는 형태가 잘못된 겁니다.
이익을 은행이 향유하는만큼 위험도 은행이 부담해야하는거죠.

사실 피해사례가 많아지자 이런 요구도 거세지고 있고, 은행들은 이런 요구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나름대로 피해사례에 대한 면책을 해주고 있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임의적, 은행이 시혜적으로 봐준다는
개념이긴 하지만요. 사기대출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대출금을 3~40%정도 감면해주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은행마다 정책이 다릅니다..)
endogeneity
14/11/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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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볼 수도 있고 한편으론 배상책임 자체의 의미가 바뀌는 한 예라고도 볼 수 있겠죠.

과실책임주의적 민사법이 자리잡던 19세기만 하더라도 배상책임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스스로 감수하여야 한다'는 원칙의 예외 성격을 갖고 있었죠.
자신의 불행을 남 탓 하려면 그 남에겐 과실, 잘못, 부주의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한도 내에서 배상책임은 잘못을 저지른 행위자에 대한 제제 성격을 여전히 갖고 있었고요.

그런데 20세기 이후 이른바 '사고의 보편화'(한마디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이례가 아닌 통례가 된 것입니다)가 있게 되면서
사고 비용을 적절히 배분하는 문제가 정면으로 대두되었고
그런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는 행위자의 잘못의 유무와 점점 거리가 멀어져갔죠.
일단 과실개념 자체가 '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이라는 형태로 '객관주의화'되었고
다른 한편 '위험 책임'('은행이 이익을 보기에 위험부담도 진다'..이런게 전형적인 위험책임의 사고방식이죠) 같은 사고방식이 대두되면서
제조물책임 같은 무과실 배상책임을 정면 규정하는 입법례가 등장했고요.
그리고 보면 전자금융거래법 상 배상책임 규정도 분명히 위험책임을 배경 사상으로 전제하고 있다고 보이고요.

아마 이런 시각에서 보면 '구체적으로 고객이 얼마를 배상받고 어떤 상황에서 은행이 면책되냐' 문제보다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거기 얽힌 행위자들에 대한 도덕적인 평가 문제에 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즉 은행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은행이 죄인이 되는 건 아니고, 은행이 면책되는 게 고객의 죄악을 암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배상책임의 인정이, 고객 측 구제를 은행의 자비심에 맡기는 것에 비해 갖는 이점이 남을 테고요.
14/11/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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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하시는 바가 무슨 내용인지는 알겠으나 동조하지는 못하겠네요.

전자상거래라면 상법적인 면이 더 클텐데
고의와 중과실을 구분해서 달리 취급해야하는 영역은 아닌 것 같네요.

보이스피싱으로 인해서 정보가 사기범들의 손에 들어간 경우 인터넷뱅킹의 경우에는 은행이 회피할 수단이 별로 없죠. 돈을 건내받는 통장이 대포통장이라는 것이 거래시에도 확실하거나 IP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은행의 과실을 상정하기가 힘들죠. 이 경우에는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입니다.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규정은 채권자를 위한 규정이 아니라 변제자의 변제시의 위험을 감안하는 규정인데 이 규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진정한 채권자가 돈을 받아 낼 수 있는가가 아니라, 채무자가 변제기에 적절한 행동을 했는가로 봐야 할 것 같네요.
endogeneity
14/11/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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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거래법 9조의 규정체계는 '상법'적이라기보단 굳이 따지면 '소비자보호법'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따지면 '접근매체 양도 등'을 면책사유로 정하는 부분, 법인 고객에겐 은행 책임을 과실책임으로 정하는 부분 등 '거래법' 적인 성격을 취하는 부분이 있죠. 양자가 어느 정도 섞여있는 것이라고 보는게 공평할 것입니다.)

채권 준점유자 변제 규정은 당연히 채권자를 위한 규정이 아닌게 맞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선 채무자가 내 돈 5000만원을 엉뚱한 인간에게 줬는데 내 채권이 소멸했다는 어이없는 결과를 야기하는 규정인데요.
진정한 채권자가 돈을 받아낸다 운운하는 부분은 채무의 변제는 원칙적으로 진정한 권리자에게 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표현한 것입니다.(변제는 채무자 아닌 제 3자가 할수 있음이 원칙이나 변제의 상대방은 진정한 채권자임이 원칙이다)
준점유자 규정은 그 원칙의 예외이기 때문입니다.
14/11/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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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과실! 과객 과실!
endogeneity
14/11/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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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면 '자칭 검사'한테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신용카드번호, 예금계좌번호, 각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보안카드 비밀번호'까지
싸그리 입력해준 행위는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평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범인이 저 정보를 바탕으로 공인인증서까지 발급받아서 나타났으니 그렇게 볼 소지도 상당한 건 같습니다.

근데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 보면, 자칭 검사(그것도 신기하게 나에 대해 속속들이 궤뚫어보시는 분이죠)가 전화를 걸어
귀하는 지금 금융법(금융법이란 법은 없죠)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이며 협조 않을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하는데
덜컥 겁을 먹고 시키는 대로 '수사에 협조'하는데 개인정보를 휴대번호까진 써줘도 보안카드번호까진 써줘선 안되겠다는 교활한 판단이 가능할까 싶습니다.(깝치면 불이익이 따른다는데;)

뭐 이렇게 보더라도 애초에 자칭 검사에게 속은 자체가 과실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일단 속고 난 다음에도 주의를 다할 여지가 있었다는 식의 생각이 현실적인 생각인가 싶습니다.
타임트래블
14/11/2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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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기범과 피해자 간에 타툴 문제라 봅니다. 은행이 고객들 각자의 개인사에서 벌어진 일까지 감안해서 일을 처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endogeneity
14/11/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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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계속 같은 문제가 대두되는데

은행이 '사고가 일어나면 배상책임을 지되' '고객 측 고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 전부 또는 일부면책이 가능하다'는 규정체계는
'은행이 고객들 개인사를 감안'하는 방향의 사안 처리를 예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나요?(왜 은행은 '자기 잘못의 없음'이 아닌 '고객 잘못이 있음'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요? 은행이 자기 잘못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극히 간단한 것임을 생각하면 더 그렇죠.)
거기에 고객측의 경과실을 배제하는 점을 더하면 고객 측 사정들 중에서도 '엄선된 잘못'을 찾아야 한다는 사고로 이어지는 식이고요.

사실 이렇게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은행과 고객의 압도적인 관련지식 차이를 생각하면 여전히 은행이 고객을 탄핵하는 건 쉬워 보이고요.
마치 의사대 환자 소송에서 법원이 환자 측 증명책임을 완화해도 의사 측 소송 승률이 유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타임트래블
14/11/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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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면 더 이상하잖아요. 은행이 고의 중과실이 없으면 면책한다로 하건 전액 배상한다로 하건 모두 다 이상한 조항이 되어버리죠. 한가지 더해서 은행이건 고객이건 고의 중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은 부존재의 증명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 조항은 은행이 고객의 고의 중과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옵션 중에 은행의 부담이 더 큰 조항입니다.
endogeneity
14/11/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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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리고 '은행의 부담이 큰 상황'이야말로 이 법이 예정한 바이므로 그걸 관철해야 한다는게 본문의 기본 주장 중 하나입니다.

다만 굉장히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듯 결국 경과실/중과실을 구체적 사실관계 속에서 어찌 구분하냐는 난해한 문제입니다.
착오 취소의 불성립사유인 중과실, 보험계약상 보험자의 면책사유인 중과실, 사용자책임 등에서 사용자 면책사유인 피해자 중과실 등
중과실 존부가 문제되는 사례가 몇가지 있지만, 모두 이 사례에 유추 가능한 것인지가 미심쩍어 보이므로....
어찌 보면 본문의 논리는 사실상 전자금융거래법 9조를 '완전한 무과실책임'으로 운용하라는 데로 귀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사용자책임에서 법정의 사용자 면책사유인 '감독상 과실 없음'을 법원 실무로 사실상 배제시켜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그 결과 택시기사가 승객을 강간해도 택시회사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지경의 판결까지 나왔지요.)

그런 결론까지 정당하다고 해야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뤄지는 정도보다는 고객 과실 인정에 좀 더 엄격해질 필요성이 있다는 것 정도가 잠정적 결론입니다.
타임트래블
14/11/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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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중과실과 경과실을 구분하는 것도 이미 법원의 판결로 상당부분 확립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님께서는 그렇게 확립된 판단기준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 뿐입니다. 은행이 고객에게 충분히 고지하고 있는 기본적인 사항을 상당 부분 지켰을 때는 고객의 중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데는 댓글 단 모든 분들이 동의하고 있고, 법원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나 님께서는 고객이 지켜야 할 주의의무의 상당부분을 지키지 않은 모든 일도 중과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계십니다. 아무리 은행이 전문가 집단이라고 해도 전지전능하지 않은 다음에야 발생가능한 모든 사안에 대해 대비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지나치다고 봅니다.

또한 사용자가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것과 본 사안은 전혀 다른 성질의 문제입니다. 그 차이를 충분히 아실 만한 분께서 그걸 예시로 제시하셔서는 곤란합니다. 더구나 님께서 제시하셨던 관련 판결들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법원의 중과실 판단 기준이 엄격하지 않다는 증거로는 터무니 없이 약합니다. 오히려 법원이 매우 엄격하게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입니다.

이번 건과 관련하여 endogeneity님께서 토론하시는 내용을 살펴 보면, 미리 결과를 정해놓으시고 모든 사실을 거기에 맞춰서 지나치게 편향되게 해석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endogeneity
14/11/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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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가 아니라 이미 도입되어 있다는 취지지요.
그에 비해 아래에서 예시되고 있는 모든 판결에서 경과실과 중과실의 구분은 별다른 쟁점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고객의 과실로 추인될만한 어떤 작위가 하나 지적되고, 그 다음엔 '은행의 사전 설명'(이건 일단 면책에 영향을 주는 사유라고 볼 수 있다 치고) '보이스피싱에 관한 사회적 경각심' '원고의 사회경험'(놀랍게도 공부방 운영 정도의 것조차. 이런 것들은 과실상계 사유로나 고려할법한 것들이 아닐까요?) 같은 사정들이 그냥 곁들여져 '고객의 중과실 인정'의 근거가 되는 형식이죠.
그런가 하면 정보 유출 경위에 관하여도 아래 2006나15129(피해자가 컴퓨터를 포맷했고 적어둔 엑셀파일엔 주민번호가 없었던 점에서 해킹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추론을 해낸)라든가 2011가합138848(OTP 번호를 고객이 타인에게 직접 제공하거나 단말기 분실을 했던 사정이 불분명하나, 서버나 단말기 해킹의 증거가 없고 달리 이를 얻을 방법이 없다면 결국 고객이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같은 판결들은 오히려 일정한 제반사정으로부터 은행에 유리한 사실상 추정을 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줍니다.

사용자책임의 사례는 법으로 정해진 면책 규정을 법원이 취급하는 한가지 방식을 예시하기 위해 언급한 것이지
전자금융거래법 9조와 민법 756조의 책임구조가 전적으로 동일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 위해 언급된 것이 아님은
전후 문맥을 잘 읽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입니다.
사악군
14/11/2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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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과실판단근거로 든 것들 중 말씀대로 2, 3은 별로 대단치 않고 1은 디폴트값이에요. 설시보강을 위해 덧붙인 정도이고 그냥 4에서 중과실 끝인겁니다.

바꿔말하자면 4가 있으면 법원은 어쨌든 다른 특이사유없으면 중과실판단을 할것이고

반대로 4가 없었다면 1,2,3의 과실이 있어도 중과실이라 안 했을거에요.

그러니 법원이 어떻게든 고객의 중과실을 이끌어내는 사례라는건 비약이라는거죠.
endogeneity
14/11/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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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실 위에서 한 얘기와 연장선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민사관계에서라면 은행은 '자신의 주의의무'만 다하면 되는 것이고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나서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진다'고 됩니다.
그런데 전자금융거래법은 '은행은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진다. 단 고객의 잘못이 있으면 그러지 아니하다'는 규율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진다. 단 은행의 잘못이 없으면 그러지 아니하다.'는 규율이 아니고요.(법인 고객에겐 이런 규율을 합니다)

이건 이 법이 '은행이 고객들 개인사에서 벌어진 일을 감안'하는 사안 처리를 예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죠.
사실 이 점은 실제 관련 소송에서 은행이 고객들 잘못을 탄핵하는 게 최대 쟁점이 되는 시점에서 이미 실현을 보고 있습니다.
다만 동법이 '고객의 중대한 잘못/평범한 잘못'을 구분하겠다는 점은 별다른 실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이런 구분을 굳이 예정하는 건 궁극적으론 이런 배상책임의 인정여부가 어느 정도는 '도덕적 잘잘못 가리기'와 무관하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한마디로 사회적 강자이며 문제해결에 더 가까운 은행이 전자거래 사고를 막는데 비용을 쓰도록 유도하는 목적으로
'과실'이란 말의 엄격한 뜻대로라면 결코 은행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는 사고들도 은행의 책임 하에 넣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식의 입법이야말로 이른바 '현대형 불법행위'를 규율하는 가장 현저한 방식 중 하나입니다.

아마 이 모든 '일반적 고려사항'에도 불구, 이 '구체적 사안'에서 고객 과실이 크다고 보는 건 또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이 법을 운용해온 방식과는 전혀 다른 고려가 가능해지는 게 명백합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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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본인글의 사례에서도 중과실을 인정한 이유가 번호까지 붙여가며 4개나 제시되어 있습니다. 본인이 번호도 붙여주셨네요. 이런 사례 말고 정말 하나라도 있으면, 즉 단 한가지 사유 가지고 중과실을 인정해서 은행책임이 없다라고 한 사례를 가져오셔야 좀 납득이 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사례에서 단 한가지라도 고객과실이 있으면 은행측 책임을 부정한다는 그 대부분의 사례가 보고싶습니다.
endogeneity
14/11/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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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대법원 판결이 들고 있는 네가지 이유라는 걸 보면

1) 보이스 피싱이 이미 사회적으로 아주 문제되는 상황이었고
2) 원고는 무려 '공부방'을 운영할 정도의 사회경험을 갖고 있었고
3) 원고는 001 번호를 보고 '좀 이상한데'라고 생각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바 있고
4) 그런데도 개인정보를 줄줄이 털어줬다


과연 위 1), 2), 3)이 이른바 '고객의 중과실'(=현저한 주의의무 위반 또는 고의와 동일시되는 과실)을 인정할 근거에 해당한다고 생각되십니까?
사실 저정도 사정는 통상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성립시키는 과실보다 약한 정도의 과실이라고 일컬어지는
'과실상계'에서의 과실 정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4:03
수정 아이콘
'해당 정보가 있으면 금융거래가 가능한 정보' 를 타인에게 알려주는 것 보다 더한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 사례를 들어주시면 제가 납득할것 같네요.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은 이정도는 되어야 하니 타인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주는것은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 라고 할수 있는정도로요.
이라세오날
14/11/2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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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바꿔 생각해 보시면 간단합니다. endogeneity님이 금융거래를 하려고 하는데 매번 은행에 가기 어려우니 간단하게 하기 위하여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인터넷 거래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야되니 이체하기 전에 가까운 지점에 신분증을 지참하고 와서 얼굴확인하고 지문을 날인해야 한다고 하면 거래가 가능할까요? endogeneity이 생각하시기에는 은행이 공인인증서까지 있는 사람에게 어떤 절차와 조치를 했어야 지금의 판결과 같은 배상책임 없다는 결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endogeneity
14/11/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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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댓글 첫번째 문단 세번째 줄에 그 '입장바꿔' 쓰여진 내용이 있지 않나요?

그러고보면 과거 대법원은 실제로 인감 대조 등의 절차 없이 참칭 예금주에게 예금을 지급한 것은
은행의 통상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시를 했던 바 있습니다.(91다9244. 이건 채권 준점유를 부정하는 '은행 과실'이죠.)
그런데 나중엔 바로 '거래의 편리함' 등을 이유로 들면서 은행이 그와 같은 의무를 지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 한한다고 태도를 전환합니다.(2006다44791)

대법원 판례의 이런 형성과정을 보더라도 드러나는 건 결국 은행거래엔 신속성과 신뢰성이란 상충되는 가치가 병존하고
제반 사정에 비춰 강조점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 온다는 것입니다.
지금 실제적으로도 개인정보 유출이 일반화된 시점에서 과거보다 이런 저런 절차들이 엄격해지고 있는 실정이죠.
그렇다면 '그렇게 하는게 거래에 편하다'는 사정이 반드시 은행의 면책을 인정할 이유가 된다고 기계적으로 봐야 할 이유가 있나 싶습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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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는게 거래에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한 고객들에게 보안을 위해 은행방문 및 신분확인을 요청하는것이 은행에게 필요한 태도인건가요? 애초부터 인터넷뱅킹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피해를 봤다면 좀 달리봐야할 필요성도 있겠지만요.
endogeneity
14/11/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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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보험 약관 같은 것도 고객들이 설명 듣는 걸 귀찮아할 게 분명한데
보험사 직원이 굳이 이를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한 태도인건가' 의문이 들 수 있음에도
이를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한 명백한 사유가 있으니 무려 '설명의무'라는 이름으로 이를 법정해두고 있습니다.

물론 은행거래에선 편리함도 중요한 가치인건 사실이니 이 부분은 사실 제반상황, 배경정황에 따라 기준을 달리해야겠죠.
이라세오날
14/11/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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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터넷 뱅킹 가입시에 직원들이 위험성을 안내하고 보안카드 찍어서 보관하지 말고 어느누가 물어봐도 보안번호를 알려주면 안된다고 안내를 합니다만...아마 모르긴 몰라도 인터넷 뱅킹도 위험성 안내의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던지 할겁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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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해킹 사례를 면책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궁금합니다. 피싱이나 파밍이 아닌 해킹의 경우도 면책한다는 주장의 근거 좀 부탁드립니다.
endogeneity
14/11/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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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 법원에서 자주 문제된 건 해킹, 피싱이었습니다.

사실심 판결에서 해킹이 문제된 경우 대부분 고객이 자기 컴퓨터 안에 개인정보를 저장한 행위가 고의 또는 중과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점이 쟁점이 되었고 많은 경우 이를 긍정하는 결론이 나왔습니다.(가령 서울중앙지법 2006나15129, 2012나26014)

피싱 같은 굉장히 많은 사례가 있는데, 본문의 대법원 판례 외에도 자주 사실심 법원에서 문제되었고 결론은 위 대법 판결과 대동소이했습니다.(가령 의정부지법 2012가단50032) 본문에서 다루는 '예금인출' 말고도 피싱한 정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 고객이 피고가 되어 배상책임을 묻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부분 과실 인정이 되었고요.(이 경우는 '과실에 의한 방조 불법행위'가 문제됬고, 여기서는 경과실/중과실 구분이 없으니 사안이 좀 다르긴 하죠.)

파밍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최근 것이라 사례가 부족한데, 사례가 부족하다 뿐이지 본질적으로 피싱과 다를 것이 없으니(기망이나 겁박을 당해서 제 3자에게 접근매체 등을 노출, 방치, 누출시키는 점이 똑같죠) 피싱에서 만들어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 예견됩니다.

참고로 관련된 최근 판례들에 관한 논의로 강희주, 이상민, "전자금융거래법 제 9조에 따른 금융기관등의 책임", (증권법연구, 2014)가 있습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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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신 2006나15129 판결문 내용입니다.

위인정사실에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원고의 주장대로라면,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원고의 남편 박창우가 개인컴퓨터의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원고의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원고의 아이디, 계좌번호, 비밀번호, 보안카드 코드표상의 1 내지 35번의 각 비밀번호를 기재하여 그 파일을 저장하였는데 성명불상자에 의하여 이를 해킹당하였음에도, [이사건 대출 이후 위 파일과 해킹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인 위 컴퓨터를 포맷한 점, 또한 위 파일에는 공인인증서 재발급에 필요한 원고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성명불상자가 원고의 컴퓨터의 위 파일을 해킹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 배척증거 및 부족증거 외에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 ]

해킹당했다는것 자체가 원고 주장일 뿐입니다. 애초에 해킹이 인정이 안된 사건입니다. 전혀 관계 없는 사안이네요. 어디에서 원고과실을 인정했다는것인지 궁금합니다.
endogeneity
14/11/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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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판결을 잘 찾아보시면 '이는 접근수단 누설금지 의무 및 접근수단 관리의무를 중대한 과실로 위반한 것'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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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원고는 자신의 비밀번호 등을 박창우에게 누설하고] 이 부분과 함께 걸리는거는거죠. 단순히 저장과 해킹만 가지고 그렇게 말한게 아닌데요. 판례에서 자신에게 유리할것 같은 부분만 뽑아서 말씀하시면서 계속 논의를 해 가시면 곤란합니다.
endogeneity
14/11/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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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1) 성명불상자가 원고의 컴퓨터의 위 파일을 해킹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 배척증거 및 부족증거 외에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
2) 파일이 성명불상자에 의하여 해킹되었다고 하여도, 원고는 자신의 비밀번호 등을 박창우에게 누설하고, 원고의 남편 박창우는 이를 이용하여 위 파일을 작성하여 저장하였는바, 이는 위 약관 제22조 에 정해진 접근수단 누설금지 의무 및 접근수단 관리의무를 중대한 과실로 위반한 것.

법원이 이 두가지 판단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법원이 이런 식의 판단을 하는 예는 비일비재하죠. 가령 '이 사건 계약은 정당한 권한있는 대리인에 의해 체결되었거나, 가사 그렇지 않더라도 표현대리에 의해 유효하게 체결되었다 할 것이다' 같은 식의.

이 경우 법원의 두 가지 판단 중 어느 하나도 법률적인 평가로서의 의미는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것이고요.
적어도 '전혀 관계 없는 사안'이라는 말이 나올 건 아니라는 뜻이죠.
이라세오날
14/11/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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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우에게 누설한 부분에 방점이 찍힌다고 보는게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물론 법률적인 평가로서의 의미는 있겠으나, 두번째는 치열하게 다투지 않고 있거나 앞에것이 너무 확실하면 거기에 의미를 많이 실어서 판단하진 않습니다.
endogeneity
14/11/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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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 계약 체결의 경우도 그렇지만 법원 입장에서 사실인정이 애매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저런 설시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소위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죠)

가령 이 사건 같은 경우만 해도

1) 유일한 증거인 컴터를 포맷했고
2) 원래 파일엔 주민등록번호가 없었다

라는 두가지 사정으로부터 '성명불상자가 컴퓨터를 해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다소 미심쩍은 판단을 내리고 있죠.
굳이 따지면 2)의 사정으로부터 성명불상자가 주민번호를 얻을 다른 수단이 있었다는 점까진 생각해볼 수 있을 듯 하고 위 엑셀 파일 기재 정보들이 바로 그런 수단에 해당한다는 여지가 남아있는데 말이죠.

물론 제가 덧붙인 추론도 미심쩍기는 매한가지라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법원의 판단부분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두번째 설시 부분'이 결론 도출에 필요해지는 것이죠.
이라세오날
14/11/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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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가단50032 판결문도 덧붙여 드립니다. 이 사안은 아예 타인에게 개인정보 및 보안카드까지 전부 알려줘버린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측의 책임을 인정한 판례네요.

그런데 이러한 원고의 중과실로 인해 피고 국ooo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책에 이르는 정도까지 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와 같이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2항 제1호 ,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 제20조 제2항 제3호 를 잘 살펴보면, 그 문언의 취지상 이용자의 고의로 인한 것이라면 피고 국ooo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되나, 이용자의 중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피고 국ooo이 책임의 일부를 지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이 사건 사고 발생에 원고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 국ooo의 면책 항변은 이유 없다]특히 갑 제3호증의 1, 2,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국ooo 홈페이지에 “최근 보이스피싱 및 피싱사이트를 통해 고객정보를 불법 획득한 후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여 고객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고객예금을 인출해가는 금융사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고객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은행권이 다음과 같이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 이용방법 ① 이용 pc 지정(지정된 pc에서만 거래가능), ② 2채널인증{ars, 고객이 신청한 채널(인터넷)과 다른 채널(전화)을 통해 금융기관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 ③ 본인인증번호”라는 게시글이 있는 사실, 이러한 피싱 범행 피해 대책을 위해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서 금융회사의 고객확인의무 및 공인인증서발급 및 사용절차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피해 방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사실, 사고 발생시점에서의 공인인증서 재발급 시에 본인 확인을 휴대폰으로 인증하는 절차 등을 거치기만 했어도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 상의 금융기관의 손해배상책임이금융기관의 고의·과실 여부를 불문한 이용자의 보호에 중점을 둔 법정 손해배상책임이라는 것을 보더라도, 피고 국ooo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책의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endogeneity
14/11/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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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이 '고객의 고의->전부면책/중과실->일부면책'이라고 볼 수 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그런 구분을 인정한 최초 판결이라는 의정부지법 측 언급도 있었죠)
그런데 그 '일부'라는 것은 은행 책임의 70%를 의미하는 것이었고요.
은행 입장에서 상당 부분의 면책을 이뤄낸데다,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까지 감안하면
만약 은행이 항소를 했다면 나머지 30% 부분까지 날려버릴 것이 예상되는 경우입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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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금 주장은 그럴것이다, 예상된다 에 근거해서 '대부분이 그렇다' 라고 쓰신거군요.
endogeneity
14/11/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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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판결이 은행의 책임을 30%로 제한하였기 때문에 내막을 자세히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은행 책임이 면책된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고(통상 손해배상소송은 일부인용을 염두에 두고 인정될 액보다 다액을 미리 청구해두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엇보다 고객 중과실을 인정하는, 다시 말해 전자금융거래법 9조 2항의 면책사유 성립을 인정하는 전제 하에, 고의/중과실 구분을 판단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완벽히 무시하고 '개인정보 및 보안카드까지 전부 알려줘버린 (중략) 불구하고 은행측의 책임을 인정한'이라고 쓰는 것은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는 댓글입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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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의가 빙빙 도는 느낌이 드는데, 결론적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계좌 및 비밀번호, 인증번호까지 알려준것 보다 더 심한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 사례가 무엇이냐로 다시 돌아오겠네요. 전 저정도면 충분히 중과실이고, 30%인정이면 법의 취지에 맞게 보호한 사례라고 봅니다.
endogeneity
14/11/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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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반대로 저 검사에게 일단 속아버린 고객이 시키는대로 다 털어주지 않고 어느 선에서 멈춰야(전화번호? 계좌번호?)
'통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되느냐 문제도 다시 대두됩니다.
솔직히 이런 식의 논의는 소모적일 따름이죠.

결국은 어느 정도는 당사자들의 잘잘못 유무와 무관하게 '위험을 배분하는 문제'가
이 사태의 핵심이라는 데 귀결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견지에서 이 법의 규정 취지 같은 것들이 결국 문제의 핵심이 되는 것이고요.
이라세오날
14/11/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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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보안카드에서 멈췄어야죠. 어느은행에 가서 인터넷 뱅킹을 가입하더라도 보안카드번호는 절대 촬영등을 해서 보관하면 안되고 어떠한 경우에도 보안카드 전체번호를 요구하는 일은 없다고 안내를 하고, 보안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스티커를 뗄 때도 스티커에 크게 전체내용을 알려줘서는 안된다고 적혀있습니다. 게다가 안전한 거래를 위해서는 OTP를 사용하라는 안내도 하고 있구요. 검사한테 속아서 다 내줬다? 그게 은행잘못은 아니죠. 보안카드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당했다면 그땐 은행책임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endogeneity
14/11/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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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은행잘못은 아니죠. '

맞습니다. 어디서 이상한 놈한테 속아서 보안카드를 털어주는 상황은 어떻게 봐도 은행 잘못이 아닙니다.
사실 여기서 이뤄진 모든 논의의 기본 전제사실이 그겁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4:29
수정 아이콘
endogeneity 님// 그게 은행잘못은 아니고, 고객의 '중과실'이다 라는거죠. 뒷부분을 자꾸 아니라고 하시니 논의가 길어지는 겁니다.
endogeneity
14/11/28 14:41
수정 아이콘
이라세오날 님//
그리고 막상 이 대목에서 사기를 당한 고객이 어떤 정보까지 털어주지 말았어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을 판단하면서, 이라세오날님이 '은행 잘못이 있는지 여부'라는 기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은행은 안내를 하고, 스티커에 적어뒀고 등등의...

그리고 덤으로 은행이 그런 '설명'을 한 결과는 고객의 '과실'로 귀결되는게 분명하다는 점도 거의 분명합니다.
이것도 기본 전제사실이죠.

그런데 제가 본문부터 여기 댓글창의 논쟁까지 일관하고 있는 부분은 '보통 과실/중과실 구분'입니다.
'과실이 있다'는 건 단지 쟁점의 시작점에 불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누설, 방치, 노추에 해당하는 고객의 작위의 존재 자체가 바로 중과실로 직결되는 것으로 되는데 비해서 말입니다.
아마 그게 이 법이 예정하는 바라고 생각되고요.
이라세오날
14/11/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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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제 주장을 뒷받침 해주는 판례들을 가져오신것 같습니다만...
둥글레차
14/11/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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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글에 대해서는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네요.

저는 이렇게 예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1. 은행에 강도가 들었습니다.

2. 돈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3. 은행 CCTV 등에는 어떠한 흔적도 없으며 경찰 조사도 무용지물입니다. (방법을 모르니)

4.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은 이 사실을 알고 돈을 돌려받고자 합니다.

5. 그러나 은행은 돈이 사라진 경로나 방법 증거가 없으니 보상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은행 과실을 입증할 수 없다며)

6. 그럼 고객은 사라진 돈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요? 과연 은행이 잘못이 없을까요?
이라세오날
14/11/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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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은행한테서 보상받겠죠. 지금 농협사태도 법정가면 농협이 깨질겁니다 그냥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거지.
둥글레차
14/11/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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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서.. 또 진짜 어처구니 없게도 고의과실 책임이 없어서 일부만 배상하거나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올까봐 걱정됩니다.
이라세오날
14/11/28 13:48
수정 아이콘
그렇게 안나올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오면 그때 뒤집어 엎어놔도 늦지않구요.
이라세오날
14/11/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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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ogeneity님 에게는 죄송하지만 다음 답변은 빨라도 퇴근시간 이후에나 가능할듯 하네요. 뭐 일단 저는 하고싶은 이야기랑 왜 판결이 그렇게 나오는지 정도는 충분히 말씀드린거 같으니 더이상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부분은 서로 견해차이로 남겨둘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endogeneity
14/11/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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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서도 할 말은 다 한것 같고 솔직히 이라세오날 님(그외 다수의 분들)의 지적이 일리가 있다는 부분도 충분히 인정합니다.
은행이 사회적 강자라고 모든 불벼락을 다 은행에만 떨어뜨릴 수는 없겠죠.
덤으로 제가 이 글을 쓰기 전에 생각보다 판결문들을 꼼꼼히 검토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점은 이라세오날 님의 공격이 없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 글에 동의하는 독자보다 '비난에 가까운 비판'(얼버무리는 비판은 애매모호함 때문에 그 함의를 알기가 쉽지 않으므로)을 가하는 독자로부터 얻을 게 훨씬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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