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장점...후후후...
전 먼저 갑니다 여러분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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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정말 주의해야겠습니다. 게시글 이동이 이로써 벌써 두 번째...
여하튼 신세 한탄은 뒤로 해 두고, 짧은 리뷰 글을 작성해 보고자 합니다.
자세하고 긴 리뷰글은 회사를 위해 써야 하므로...그러라고 받는 돈에 그러라고 보여준 영화니까요. ㅡㅜ 죄송합니다.
1. 짧게 본론부터 이야기합시다.
한 줄로 줄인다면, '놀란의 이름을 떼고 보면 괜찮은 영화, 놀란의 이름이 붙는다면 범작' 이라고 평할 수 있겠네요.
자랑질까지 해 놓고 이런 말하면 '쯧쯧 태세 전환 쩌시네요' 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에 피지알 영화 관련 글에
'인터스텔라는 기대감이 너무 높아서 뭐가 나와도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 라는 우려의 댓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드는 생각은 좋게 봐주면 50%, 솔직한 마음으로 한 60~70% 사람들이 작은 실망을 겪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우베 볼 영화 급의 망작은 아닙니다만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을 보고 그의 향후 커리어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러블리 본즈를 보고 겪는 당혹감, 그 이후 이어지는 호빗 삼부작을 보며 입맛을 쩝 다시는 수준의 실망감을 느끼게 될 작품이라고 할 까요.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취향에 맞는 감이 있어서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소소한 곳에서 놀란 특유의 '별 것 아닌 일을 참 긴장감 넘치게 묘사
하는' 연출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제 기준에서도 기대 이하이긴 했고 대중들에게도 어필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2. 난 이런 거 마음에 안 든다
내용적인 면 보다도 감상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될 정보만 적어보겠습니다. 말 그대로 하단의 내용 중 하나라도 걸리시면
감상을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영화는 단점이 하나라도 걸린다면 안 보는 게 좋을 정도로 범작의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어서
'단점이 한 두개 있더라고 다른 게 쩔어주니 꼭 보세요' 라고 자신있게 권할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거기에 아이맥스는 비싸니까요.
- 엄청나게 느린 호흡
사실 '엄청나게 느린' 이란 수식어를 붙일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현대 영화의 추세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느립니다. 다크나이트도, 인셉션도,
다크나이트 라이즈도 배트맨의 진압/코브의 작업/베인의 탈출 등 속도감을 강조하며 시작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시작부터 호흡이 느립니다.
놀란 작품 중에서 비슷하게 느릿한 호흡을 자랑했던 영화는 아마 인썸니아가 유일할 겁니다. 사실 그보다도 훨씬 느리고요.
여기서 호흡이 느리다는 이야기는 동일한 시간 안에 벌어지는 사건의 밀도가 매우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 부담스러울 정도의 인간에 대한 예찬
메멘토, 인썸니아, 프리스티지 등에서는 인간에 대한 다소 염세적인 묘사를 했던 감독이 놀란이지만, 다크나이트부터 그 염세적인 묘사가
일부 남아있을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그리고 인간의 미래에 대한 낙천적인 묘사를 한 놀란의 성향은
인터스텔라에서 극에 달합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놀란은 과학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냅니다.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감정은 아닙니다. 공대에 들어가 공학도의 길을 걷다가 다른 길로 빠진 저는 개인적으로
공학도의 길을 계속 걷는 친구들을 보며 약간의 탈주병같은 감정과 열등감, 선망을 가지고 있는데 묘하게 놀란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네요.
하지만 만약 이런 과학에 대한 숭배에 가까울 정도의 신뢰, 찬미,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과한 낙관적인 묘사가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놀란이 극복하지 못한 단점 : 평면적인 캐릭터
사실 놀란은 입체적인 인물을 묘사하는 데에는 그다지 재주가 없는, 아니 입체적인 인물을 묘사할 생각 자체가 없는 감독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그가 묘사하는 인물의 입체성은 어디까지나 '현대의 영화, 현대의 대중이 요구하는 최저치' 만을 충족하거든요.
브루스 웨인은 트라우마, 애인과의 갈등 등으로 고민하고 번뇌하지만 결국은 인간 의지의 화신이고 인셉션의 코브 역시 자식들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수십년의 시간을 의지 하나로 뚫고 나오는 초인이며 놀란의 출세자인 메멘토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셉션에서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해봐야 아리아드네 정도인데 사실 아리아드네도 그냥 코브의 조력자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죠.
인터스텔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뭐 쪼끔 나아지긴 했는데 위에서 말한 현대의 대중이 요구하는 최저치일 뿐,
모든 등장인물들은 놀란이 쥐어준 성격 그 하나만 붙들고 있습니다. 그게 초인적인 의지든, 사랑이든, 부성이든, 나약함이든 간에요.
- 부자연스러운 데우스 엑스 마키나
디스토피아 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SF 관련 컨텐츠는 당대의 과학 이론이 설명 불가능한 영역을 하나 씩은 끼고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파운데이션으로 치면 '심리역사학', 혹은 뮬의 존재 등이죠. 인셉션으로 치면 꿈속으로 보내주는 장치도 그 중 하나고요.
이런 건 매직 박스죠.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 결과물로 이런 쩔어주는 전개가 가능하다' 라는 거고요.
사실 매직 박스를 영화나 이야기 속에 삽입할 때 제일 자연스러운 방법은, 인셉션처럼 '사실은 매직 박스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거나, 파운데이션처럼 '난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뭔가 말이 되는 것 같은데?' 같이 처리하는 거고요. 사실 뮬은 별로 와 닿진 않았지만...
어쨌든 인터스텔라의 매직박스는 좀 뜬금없습니다. 솔직히 보면서 -_- 이런 표정을 지을 뻔도 했고요.
- 시방 이게 지금 뭔 소리여...
로튼 토마토의 'Science Report' 라는 한줄 평을 읽고 정말 낄낄대며 웃었네요. 정말 명문이네요.
취향 안 타는 사람에게는 정말 이렇게 느껴질 영화입니다.
3. 난 이런 게 좋다
반면 아래에 나열할 요소가 모두 해당한다면 이 영화를 봐도 만족 하실 거라 조심스레 권해 볼 수 있겠네요. 위의 단점과 달리
이 항목은 '모두' 해당해야 합니다. 크크
- 감동적인 드라마
보고 나서야 이렇게 단점을 지적하지만, 영화가 끝났을 때에 관객들이 모두 한 일분은 가만히 앉아 있더군요. 그만큼 드라마의
몰입력은 강력합니다. 옆에 여자분은 자꾸 쿨쩍이셔서 솔직히 감상에 방해가 되기도 했는데, 아주 이해가 안 가진 않았습니다.
다소 통속적이라 볼 수도 있고, 지나치게 정공법적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감독이라는 칭호 괜히 주어지지 않는 다는 듯
이 정공법적인 드라마를 우직하고 강력하게 풀어나가는 영화의 힘은 확실히 대단합니다.
-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
블랙홀을 그래픽으로 묘사했을 때 부터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미를 자랑스럽게 광고하던 영화답게, 스케일이라는 점에서 놓고 본다면
놀란답게 뛰어난 영상미입니다. 목성, 블랙홀, 타 행성의 가혹한 환경 등등...
- 이 모두를 하나로 묶는 뛰어난 연출
역시 현세대 할리우드 상업 영화계 최고의 재능이 보여주는 연출력을 쩔어줍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인셉션에서 팽이도는 장면으로 역대급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놀란답게 '별거 아닌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하는' 연출은 건재합니다. 웅장한 영상미와 함께 짐머 공장장 -_- 이
끼얹는 음악도 훌륭하고요. 다만 놀란 특유의 웅장하고 비장하고 호쾌한 연출이나 영상미가 아닌 현대적이고 섬세한 영상 연출을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이 점은 장점이 되진 않겠죠.
- 아버지 or 딸 바보
이 영화는 오디세이아의 무대를 우주로 바꾸고 텔레마코스를 딸로 바꾼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튜 매커너히는 가히 초인적인
행동력과 실력으로 온갖 난관을 뚫고 우주 최강의 모범적인 아버지를 연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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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는 길긴 했습니다만, 결론만 놓고 이야기하면 '애매하다' 입니다. 추천은 못하겠는데, 그렇다고 누가 보러 가는 걸
말릴 정도는 아니에요. 서구권에서 보여주는 한 손을 쫙 펼치고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흔드는 그 제스쳐가 정말 딱 어울립니다.
그래도 감상의 자세를 추천한다면, '에이 그래도 놀란인데 예의상 봐줘야지' 라고 보러 가셔도 좋고,
여자 친구와 함께 있을 때에 '지금은 8 시 반 영화가 끝나면 11 시 반 좋아 딱 킬각이 나온다' 싶을 때도 좋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가장 피해야 할 감상의 자세는 '오오 놀란 사마 당신의 최고 역작이 이것입니까 오오' 라는 자세로 들어가는 겁니다.
아마 그런 마음가짐으로 들어가신다면 나오실 때에 놀란의 안티가 되어서 나오실 수도...
별개로 앞으로 유머글은 정말 잘 써야 겠군요. 리뷰 글을 뱉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 버리다니...흙
ps 1. 이 영화 최고의 캐릭터는 타스입니다. 로봇 짱짱맨!
ps 2. 아역 배우인 맥켄지 포이는 솔직히 요즘 쏟아지는 연기력 짱짱걸인 아역들에 비해 빛나는 연기력은 아니었지만, 미모 포텐이
기대를 할 만 하더군요. 얼핏 줄리앤 무어도 보이고, 제시카 차스테인도 보이고, 엠마 스톤의 상도 비쳐 보였습니다.
ps 3. 아직까지 섣불리 평가할 순 없겠지만, 주피터 어센딩의 트레일러에서는 망삘이 꾸물꾸물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워쇼스키 남매여 더 이상의 흥행 실패는 당신들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다메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