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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24 21:38:59
Name 눈시BBand
Subject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6. 수군의 영웅들과 거북선


수군절도사(수사) - 정 3품 당상관. 각 도마다 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관찰사(감사)가 겸임하고 2~3명이면 북쪽에선 병사가 겸임하고 남쪽에선 수사를 따로 뒀습니다. 경기, 충청도는 1명씩, 전라, 경상도는 2명씩 무관인 수사가 있었죠.

+) 당상관은 정 3품 안에서 갈립니다. 조정에서 뭘 할 때 대청(堂)에 올라서 의자를 앉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서 나왔죠. 6품/7품에서는 조회에 참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참상관/참하관으로 나눴구요.

수군우후 - 정 4품(육군 병마우후는 종 3품)으로 수사를 보좌합니다. 수사 부재시에는 일을 대리하구요. 임진년부터 전라좌수영의 우후는 이몽구였고 이래저래 공을 세웠는데 칠천량 이후엔 도망갔다가 명량 이후 합류해서 곤장 80대를 맞습니다. -_-; 최후가 명확하지 않은데 이 죄로 처형당한 것 같은데요.

수군첨절제사(첨사) - 종 3품으로 수사 바로 아래입니다.
수군만호 - 종 4품입니다. 첨사와 만호의 차이는 맡고 있는 진의 (중요성, 규모) 차이죠. 자세한 건 생략하겠습니다.
권관 - 종 9품. 여러 진 중 가장 작은 곳들을 맡습니다.

조방장 - 종 2품. 중앙에서 임명하고 병사, 수사를 보좌합니다. 유사시 수사의 병력 일부를 받아서 지휘하구요. 경험 많은 무장으로 주장(主將)을 보좌하지만 반대로 품계가 맞먹는 장수를 보내 견제한다는 느낌도 크죠. 파직당한 무관이나 지방관들을 전투에 계속 투입하기 위해 조방장으로 삼기도 합니다.

이들은 군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진을 책임집니다. 수군의 경우 포(포구)죠. 이들 외에 물자와 병력을 대는 고을(관)이 있습니다. 지방관들도 유사시 직접 참전하구요.

조선의 지방 행정은 부목군현입니다. 단 목과 군 사이에 대도호부와 도호부가 있죠. 순천의 경우 부가 아니라 도호부입니다. 전라도의 부는 전주부 하나였죠. 부의 수령은 부윤이라 하고 도호부의 수령은 부사라 합니다.

부윤(종2품) - 목사(정3품) - 대도호부사(정3품) - 도호부사(종3품) - 군수(종4품) - 현령(종5품) - 현감(종6품)

기본적으로 각 도의 관찰사 아래에 평등합니다만, 규모와 품계의 차이가 있으니 높을수록 끗발이 좋을수밖에요.

자, 그럼 임란 때 활약했던 장수들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간단히만요 ( ..); 임란 동안에 이리저리 바뀌고 파직도 많이 당합니다. 정치적인 목적 (이순신 견제) 도 있을 것이고 진짜 죄가 있거나 행정을 잘 못 해서도 있겠죠. 특히 수군이 오랫동안 나가 있는 동안에 고을이 개판 된 경우가 많아서 -_-; 피해 입은 것도 있구요. 그런 걸 다 구별하긴 힘들군요. 배흥립이나 나대용이나 이순신이나 다 이런저런 비리를 저질러서 탄핵 -> 파직당했다는 게 참 많이 보이긴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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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기 - 칠천량 해전까지 전라우수사를 맡았습니다. 병력도 물자도 제일 많이 동원했을텐데 이순신과 원균의 존재감에 너무 밀리죠.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요. -_-; 심지어 원균을 계속 까던 이정형도 선조가 '이억기 괜찮더라' 하니까 '원균만 못 하다'고 대답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늦게 갔으니 전공 면에서도 밀렸고, 이순신과 원균 사이에 낀 상황이니 (자신도 열심히 중재하려 한 모양입니다) 대접이 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종친이라서 견제받았다는 평도 많구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만) 하지만 육군에 병력과 물자를 계속 뜯기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수군을 이끌었고, 칠천량에서 도망치지 않고 싸우다 전사했습니다. 조선 수군을 소개함에 있어 반드시 이순신 다음으로 나와야 될 사람이죠.
... 하지만 전라우수영 소속 장수들을 소개하긴 힘들 것 같군요 ( ..);

전라좌수영
정운 - 녹도만호로 수군의 대표적인 맹장입니다. 전라우수군이 오지 않아서 고민하던 이순신에게 출동을 주장했고 이순신도 받아들이죠. 이게 후에 '정운이 협박해서 갔다'로 변질됩니다만 -_-; 안타깝게도 부산포 해전에서 전사합니다. 이순신은 슬퍼하면서 이전에 왜구와 싸우다 전사한 녹도만호 이대원의 사당에 그도 배향해 주기를 청했죠.

어영담 - 광양현감으로 물길을 잘 알고 잘 싸워서 이순신의 큰 신임을 받았습니다. 광양현에 어사가 와서 물자를 조사할 때 빼돌린 혐의가 있어 파직됐는데, 이순신은 장계로 올려서 막았죠. 출동해 있을 때 한 거니 그의 죄가 아니라면서요. 결국 파직되자 조방장으로 쓰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조방장으로 활약합니다. 하지만 94년 전염병이 돌 때 병사합니다. 이순신은 크게 슬퍼했다 하죠.

이순신 - 한자는 다르지만 이름이 같아서 방답첨사 이순신, 무의공 이순신 등으로 구분해서 불립니다. 수급을 노리지 말고 적선 깨는 것에 집중하라는 명령을 충실히 따랐고, 선조가 수급으로 공을 가리자 따로 이순신이 따로 이순신 (...) 의 공이 높다고 장계를 올릴 정도였습니다. 종친으로 무武밖에 모르는 바보였다고 합니다. 칠천량 이후에 경상우수사로 임명되죠.

김완 - 사도첨사로 둘째라면 서러울 맹장이지만 이순신의 대접은 좀 박했습니다. 일을 제대로 안 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전투에선 열심이었고 칠천량에선 조방장으로 유일하게 싸운 이로 평가받습니다. 이 때 배에서 뛰어내렸다가 포로로 붙잡혔고, 겨우 탈출하죠. 이후에 수군에 돌아오진 못 합니다.

권준 - 순천부사로 이순신의 신임을 받았죠. 전투에서도 잘 싸워서 적장을 직접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원균이 쫓겨난 후 배설의 뒤를 이어 경상우수사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다시 배설과 교체됩니다. (이순신 견제 차원으로 보기도 하죠) 이후 충청수사가 되지만 선조가 충청수군을 이순신에게 지원해주지 않았죠 ( ..)

배흥립 - 흥양 현감으로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맹장이었습니다. 파직된 후에도 칠천량, 명량 등에서 조방장으로 참전했죠. 전쟁이 끝난 후에도 경상, 전라, 충청도의 수사가 되었고 충청병사가 되기도 합니다.
그와 권준, 보성 군수 김득광 등을 이순신이 많이 아껴서 원균이 '너한텐 다섯 아들놈이 있다!'면서 그들한테 공을 몰아준다는 식으로 욕 합니다. 나머지 둘이 누군진 모르겠습니다만.

나대용 - 거북선을 만든 것으로 상당히 유명합니다만 당시엔 일개 군관으로 발포의 가장(대장이 없어서 맡은 대리직)으로 참전합니다. 그 유명세에 비해 이순신이 막 신임했다는 그런 건 없구요. 임진년의 공으로 강진현감까지 올랐고, 1611년에 경기수사까지 오릅니다. (하지만 부임하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거북선을 소형화시킨 창선을 만들기도 했고, 판옥선의 정원(125) 역시 그의 장계를 통해 나온 것입니다.

경상우수영
중요한 곳이니 유능한 장수들을 뽑은 것+원균이 밀어준 것 때문인지 경상우수영 소속 장수들도 잘 알려졌죠. 옥포해전 때 5척을 깼다는 걸 보면 열심히 싸우긴 한 모양입니다. 원균이 압박한 것도 크겠지만요. -_-;

이운룡 - 녹둔도 전투에서 이순신과 함께 했고 같이 백의종군했었죠. 임란 당시엔 옥포만호로 도망가는 원균을 말리며 전라좌수군에 지원을 요청하자고 합니다. 당시엔 정말 옳은 일이었겠지만... 왜 그랬어요 ( ..)... 이순신은 그를 아껴 (후계자라고 했다는 말까지 있으니) 경상좌수사까지 오릅니다. 하지만 경상좌수영의 상황상 -_-; 이후 해전 참전은 못 했죠. 나중엔 통제사까지 오릅니다.

우치적 - 임란 당시 영등포 만호였습니다. 하지만 나이(20대로 추정) 등을 통해 보면 영등포 만호가 도망가서 임시로 맡은 걸로 보이죠. 의병장 출신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이후 공을 세우며 순천부사의 자리까지 폭풍승진합니다. 이렇게 원균이 밀어준 장수입니다만 파직당한 이순신에게도 참 잘 해 줬죠. 칠천량 때는 원균을 버리고 간 죄로 참수형 1순위였으며, 결국 파직당합니다. 이후에는 조방장으로 활약하구요.

이영남 - 율포만호였다가 소비포권관으로 떨어진 뭔가 이상한 장수입니다. 원균이 이순신에게 지원요청을 할 때 그를 보냈고, 이후에도 군량을 꾼다거나 할 때 그를 보냈죠. 물론 이순신을 훨씬 좋아해서 원균에게 맞고 올 때마다 이순신에게 하소연합니다. -_-; 불멸의 이순신에서 참 불쌍한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럴 만 합니다. 중간에 끼어 있었으니까요. 명량 이후에 가리포첨사로 참전, 노량해전에서 전사합니다.

기효근 - ... 여기 낄만한 인물은 아닙니다만... 원균과 함께 그 상사에 그 부하라는 말이 나올 인물이죠. 남해현령이었는데 도망가서 이순신이 남해를 불태우게 했고, 나중에 자기는 싸우고 있었다며 이순신을 깝니다. 배에는 여자를 태우고 원균과 함께 수급을 열심히 찾아다녔죠 -_-;

후... 이 정도면 되겠죠.

정유재란부터 볼만한 인물로는 역시 안위가 있습니다. 참 특이한 인물인데, 정유재란 들어가면서 할 얘기가 많겠죠. 그 외에 이순신의 아들 수준이었던 류형이 있구요. 그리고 진짜 아들인 이회와 조카 이완도 있습니다만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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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거북선 하면 생각나는 건 오른쪽이죠. 왼쪽이 통제영 거북선, 오른쪽이 전라좌수영 거북선으로 불립니다. 여기에 한 척 더 해서 칠천량 해전까지 거북선은 총 3척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후는... ( ..)

임진왜란의 슈퍼스타죠. 사천 해전부터 투입돼서 맹활약을 한 배입니다. 조총 같은 건 그냥 튕겨내고 백병전을 벌이려니 이거 뭐 들어갈 곳이 있어야죠. 돌격해서 치고 받고 적의 진형을 붕괴시키는 돌격선이었습니다.

그 원형은 고려 때의 과선, 창칼을 박아서 적을 막는 배였습니다. 조선 수군은 왜구를 상대하는데 특화돼 있었으니 화포 테크를 타면서 왜구의 장기인 백병전을 막는 배를 만드는 건 필연이었겠죠. 태종 이방원도 거북선을 만들었고, 이것이 귀선龜船, 거북선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나오는 장면입니다. 이순신은 임란 한 달 전 거북선을 완성합니다. 전라병영에서 사람을 보내서 본 걸 보면 이순신 독단으로 만든 건 아닌 것으로 보이구요.

거북선에 대해서는 참 이런저런 논란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철갑선일까 하는 것부터죠.

- 철갑선설에 대해
거북선의 철갑선에 대한 논쟁은 무려 130여년간 이어진 기나긴 역사를 자랑합니다. (...)
19세기 말 선교사 그리피스, 헐버트 등이 거북선을 철갑선이라고 알렸고, 1929년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에서 '세계 최초의 철갑선'으로 실리게 되었죠. 유길준도 1895년 철갑선이라 주장을 했구요. 한편 일본의 학자들은 계속 거북선 철갑선설을 밀었죠.
하지만 이 근거는 고려선전기, 일본 기록입니다. '장님배 3척이 요해(要害)했다'는 것이죠. 일본에서는 이게 그대로 이어졌고, 유길준부터 서양의 학자들도 이 기록을 봤을 겁니다. 조선 내에서는 이에 대한 기록이 전무합니다. 네, 정말 없어요. 거북선의 재료를 얘기할 때도 다 목판 얘기들 뿐이죠.

1933년, 연희전문학교 교수였던 언더우드는 거북선에 대해 자세히 연구하면서 철갑선설에 의문을 표시합니다. 현재 거북선 연구의 기초를 만들었다 할 만하죠. 한편으로 신채호도 '철갑선이면 좋겠지만 아닌 걸 맞다 할 수 없다'면서 철갑선설을 부정했구요. 해방 후의 김재근, 남천우, 최영희 등의 학자들도 철갑선설을 부정했구요. 대중들에게 철갑선설이 널리 퍼져 있는 동안 학계의 통설은 부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어쨌든 기록이 있는데 아예 없는 걸로 하기는 좀 아쉽죠. -_-; 그에 대한 반박도 계속됩니다. 1980년, 박해일은 당시 1748년 경상좌수사였던 이언섭의 장계에서 인갑鱗甲이라는 부분을 찾아냅니다. 거북선에 판을 덮은 후 그 위에 비늘 모양의 장갑을 했다는 거였죠. 이 인갑이 용 비늘 쇠가 아니면 뭐겠냐는 거였습니다.

+) 이과에서 다룰만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이런 주장하시는 교수님들은 다 공학 쪽이시더군요 ( ..)

김재근의 주장인 철갑을 하면 복원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이후 한일의 학자들에 의해 반박돼 갑니다. 있다 해도 배를 움직이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이런 갑론을박이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철갑을 둘렀다는 확실한 기록이 없는 이상 부정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전에 쓴 글도 철갑선을 부정했고 말이죠.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기 전까지도 조선 수군은 계속 거북선을 써 왔거든요. 멀쩡히 있는 배 가지고 딴 데서 철갑이네 마네 하는 상황인데...

이런 게 있더군요.

http://lyuen.egloos.com/m/940749

+) 역시 신재호님 _-)b;;; 소설 임진왜란에서 이 얘기가 안 나오고 뒤져봐도 이를 다룬 건 신재호님밖에 없더군요. 상당히 최근에 찾은 모양입니다.

재래식 군대를 해산하면서 남은 무기를 조사한 '무기재고표', 여기서 경기수영에서 귀선철개(龜船鐵鎧) 6개가 나옵니다. 간단히 해석하자면 '거북선의 철갑옷'이라는 말이죠.

저거 달랑 하나라 더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만... 그토록 찾아헤매던 '조선 측 거북선 철갑에 대한 기록'이 나타난 셈이죠.
저게 길고 길게 이어진 철갑선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저걸로는 부족할 것인가 앞으로 기대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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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인가 3층인가

거북선이 몇 층짜리인가도 해묵은 논쟁입니다. (갑판 아래 선실이 1층입니다) 2층설은 언더우드부터가 주장한 오랜 학설이죠. 언더우드는 1층에서 격군들이 노를 저었을거라 추정했지만 이는 한국의 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고 현재는 부정됩니다. 때문에 2층설에서는 격군과 전투원이 같이 활동해야 했죠. 이를 주장한 김재근은 이 때문에 거북선이 몇 척 안 만들어졌다고 주장했구요.

3층설은 판옥선처럼 한 층 더 올리고 그 위에 덮개를 씌운 형태입니다. 남천우 등이 주장한 것이죠. 하지만 사료에 기록되고 그려진 것들과 3층설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격군들이 있을 2층에 포 구멍이 있죠.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반 3층설입니다. 신재호님이 이 쪽을 밀고 있죠. 거북선의 그림에 지붕 쪽에도 포 구멍이 있고, 임란 당시 이덕홍의 보고에 내부를 '소판옥'과 '선심'으로 구분, 소판옥에 사수가 쏘고 선심에는 총통을 탑재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2층은 격군과 전투원이 함께 있는 건 마찬가지고, 3층의 경우 크기가 작아서 대형 총통을 쓰긴 부적합하고 활이나 승자총통 정도를 쐈다는 것이죠.

현재까지 이 정도의 견해가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따져봐야 할 점은 임란 당시 만들어진 거북선들이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조선 후기까지도 계속 개량이 됐을 거라는 부분이죠. (위의 철갑선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려진 그림을 보면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많이 다른 편이고, 용머리가 없는 거북선 그림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거북선의 머리를 넣다 뺐다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주장도 있구요. 이 용머리에서 총통을 쐈는지 (통설이죠) 그냥 장식인지 (...) 유황연기라도 내뿜었는지도 논쟁거리죠.

그 외에 전라좌수영 거북선 아래에 있는 귀신얼굴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습니다. 충각으로 보기도 하고 그냥 물 잘 헤쳐나가라고 달아준 거라고 보기도 하고, 그냥 장식(...)으로 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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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두 논란거리를 얘기해 봤으니 남은 얘기들을 해 보죠.
임진왜란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거북선이지만, 한계는 컸습니다. 일단 안에 탈 병사들을 생각해 보자구요. -_-; 들어가기도 어렵고 공격하기도 어렵다는 건 안에서 밖으로 나가기도 어렵다는 걸 뜻합니다. 일단 뚫린 곳이 뒷부분밖에 없으니 타고 내리기가 어려웠겠죠. 3층설이 아닌 이상 격군과 전투원이 섞여 있었고, 화포를 쐈을 때 연기가 밖으로 나가기도 어렵습니다. 안에서 밖으로 화살을 쏘기도 힘들었다고 하구요. 이러고도 병력은 판옥선보다 더 많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이 인원들이 좁은 곳에 몰려 있는데 돌격해야 되니 결코 안전하지도 않았죠.

다른 판옥선들이 화포를 쏘며 천천히 나가는 동안 거북선은 맨 앞에서 적들을 뚫고 난전을 벌여야 했습니다. 적진을 뚫는다는 건 곧 적에게 포위된다는 의미였죠. 이렇게 개고생을 하고도 전공을 많이 못 올립니다. 실컷 깨뜨리면 뭐 하나요 수급을 못 얻는데. 거기다 목선이라고 불에 잘 타는 게 아니고 불화살로 차근차근 불태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거북선은 돌격에 집중하느라 한 척을 느긋하게 잡고 있지도 못 했죠. 이 때문인지 거북선에는 고위급 장수들이 타지 않습니다. 지휘해야 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거북선에서 싸우는 건 수군 안에서도 정말 3D 직종이라는 얘기죠.

돌격선이라는 명확한 목적과 판옥선으로도 충분히 적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거북선은 양산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수군에서 비장의 카드로 소수의 거북선을 계속 보유했죠. 다행인지 이후 쓸 일은 없었지만요.

임란 후에 거북선의 소형화도 시도합니다. 역시 판옥선보다 인원이 많이 들어가는 게 부담이 됐었나 봅니다. 대표적으로 나대용의 창선이 있습니다. 격군이 42명으로 판옥선의 절반 이하죠. 그 외에 영조 때 해골(海鶻)선을 만들어봅니다. 검색해보시면 참 귀엽게 생겼습니다 (...)  하지만 이런 소형화된 돌격선들이 많이 쓰이거나 한 것 같진 않습니다. 조선 수군의 주력은 여전히 판옥선과 거북선으로 구성된 대형 전함들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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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하나만 더 하고 끝내도록 하죠.

임진년의 해전을 설명할 때 각 가문 이외에 쓰이는 것이 바로 고려선전기입니다. 船戰, 즉 해전을 다룬 것이죠. 구키 요시타카의 부하 도노오카 진자에몬이 썼는데 한산도 해전까지가 나와 있습니다. 부산포에서 일본 수군들이 깨지는 내용들을 듣고 기록으로 남긴 것이죠. 임진왜란 초기 해전들은 이 사료를 기본으로 합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이래저래 많은 비판을 받고 있죠.

내용을 간단히 줄이면, 5월 7일에 도도 다카토라의 50여척이 깨졌고, 6월 7일엔 구루시마 미치유키의 60~70여척이 깨졌고 미치유키 할복했고, 6월 10일엔 가토 기요마사 소속 50여척이 깨졌고, 6월 28일에 구키 요시타카, 가토 요시아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합류했다가 와키자카가 60~70척 이끌고 나갔다가 깨졌고 (...) 그래서 구키 군도 출동하니 적이 또 공격해 와서 전사자가 많았다... 이런 내용이죠. 거북선 철갑선 얘기는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오구요. 정말 깨진 이야기밖에 없습니다. -_-;

문제는 한산도 대첩 직후 히데요시의 명령서(주인장)을 7월에 도도 다카토라가 들고 왔다는 점이죠. 5월에 패배했다는 장수가 언제 일본에 갔고 7월에 돌아왔느냐... 이런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장의 내용에 구루시마 미치유키에게 내린 명령이 있습니다. (...) 얘가 정말 죽었냐는 것이죠. 구루시마 미치후사의 형님에 대한 복수 얘기가 이렇게 돼 버리네요 ( ..);;;

기본적으로 고려선전기의 내용을 따라가지만, 일본 내부에서 이렇게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무시할수도 없는 노릇이죠. 카더라가 하더라도 당시 부산에서 들은 내용을 적은 것이니까요.

이런 논란에서 보듯 당시 일본 수군의 상황이 어땠는지 가늠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수군 총대장이라는 도도 다카토라는 7월에야 오고, 수군 장수들인 가토, 와키자카, 구키는 6월 말이나 돼야 조선 수군과 싸우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동안 깨뜨린 적들은 대체 (...) 상대해야 될 조선 수군이 없어서 육지로 갔다는 식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바다에 일본 수군이 아예 없을 정도라는 건 상식을 아주 뒤흔드는 얘기죠.

고려선전기를 제외한다면 남은 것들은 임란 후에 나온 각 가문의 기록들을 조합하는 것 뿐입니다. 이러니 빈 공간이 많이 생기고, 자기들을 변호하기 위해 축소 왜곡하는 것도 보이죠. 사실 이런 건 조선도 마찬가집니다. 이순신의 장계와 난중일기가 없다면 빈 공간이 많이 생길 것이고, 정유재란 때의 해전들은 빈 공간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이순신 중심으로 이야기해서 그렇지 각 장수들의 이야기로 가면 빈 공간이 정말 많구요.

아무튼, 임란 해전을 얘기하면서 간단히 적장은 누구였다 적의 규모는 얼마였다 하지만 당시 수군이 상대한 적들의 실체를 밝히기는 참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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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뭔가 이것저것 하려다 이도저도 안 된 느낌이네요 (...); 그럼 이제 정말 가슴이 찢어지고 뼈가 녹는 1597년으로 가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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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24 21:48
수정 아이콘
이 문어대가리놈들
이라고 하셨던 김완포터께서
사극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일본에서 탈출해서 수군으로 복귀 못하셨군요
오늘 처음 알았네요
키스도사
14/10/24 22:37
수정 아이콘
이런글은 추천부터 하고 보라고 배웠습니다.
Je ne sais quoi
14/10/24 22:39
수정 아이콘
흐흐 오랜만에 잘 읽었어요
파인애플빵
14/10/25 02:02
수정 아이콘
선추천 후 감상 합니다 잘 읽을께요
14/10/25 07:16
수정 아이콘
안위야! 네가 도망간들 살 것 같으냐?!
추천 후 다음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흐흐
뒹굴뒹굴
14/10/25 12:14
수정 아이콘
오 철갑기록이 있네요. 이제 철갑선으로 정리될것인가 흐흐
그런데 대한제국 기록이라니 조선초부터 쓴거 생각하면 역시 싸울일이 없으니 영 발전이 없었나보네요 ;
대한제국시절에 거북선이면 군함으로는 불쏘시게쯤 될텐데
눈시BBand
14/10/27 23:11
수정 아이콘
일단 저것밖에 없고 하삼도가 아닌 경기수영이니 조심스레 접근해야겠지만, 그래도 '거북선 철갑옷'이라고 뙇 해석되는 게 발견된 거죠 +_+) 어떻게 될까요
전체적으로 크기는 조금씩 커졌을 겁니다. 하지만 외침이 더 없었으니까요 ㅠ 태종 때의 거북선과 임란 때의 거북선은 상당히 발전된 형태일 건데 (맹선->판옥선의 변화처럼) 결국 일본의 침략 때문에 그리 발전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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