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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28 11:45:02
Name Duv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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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우리를 간손미라고 부르지마라...




간손미는 간옹, 손건, 미축을 같이 묶어 부르는 말로

사람은 좋은데 능력치가 어중간해 정작 큰 일을 맡기기 힘든 인물들을 주로 간손미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들이 그렇게 간손미급이라고 불릴만큼 까여야 할 인물들일까?





[간옹]

포지션은 유비의 소꿉친구 및 분위기메이커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유비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절친이자 관우, 장비와 더불어 최고참이다. 분위기메이커로 호방하며 오만하지만 덕이 있어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성격이라, 심지어는 제갈량 앞에서도 반쯤 누위 회의에 참가했으나 아무런 벌이나 미움을 사지 않았다.

가뜩이나 이리저리 털리고 깨지고 온갖 절망을 맛보는 유비군에서 처음부터 그 모든 고통을 함께하면서도 분위기메이커역을 하면서 조직의 결속력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음담패설의 일인자로 유비가 금주령을 내리며 술만드는 기구를 가지는 사람까지 처벌하려하자 길가는 남녀도 간음을 저지르고 있다, 저들은 간음을 하는 몸에 지니고 있지 않느냐 라고 해서 유비를 웃게해 이를 막았다.

익주정벌시절 유장을 설득하여 성도문을 열고 항복시키는 큰 공을 세웠다. 이는 간옹의 그 다정다감한 성격이 한몫을 했을 것이다.

유장이 계속 성을 지키는걸 고수하고 전쟁을 불사했다면 유비군도 큰 피해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간옹이 유장을 잘 설득하여 큰 공을 세운것이다.

하지만 촉을 평정한지 얼마 안되어 사망해 버린다. 안습





[손건]

포지션은 외교의 달인

이리저리 털리며 전 중국을 유랑하던 유비군은 상황에 따라 여러 군주에게 의지했는데 이때 항상 적진을 뚫고 먼저 사자로 가 많은 세력과 연계를 맺게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사자라는게 그당시에는 수틀리면 목베이는게 일수고 더더군다나 내세울거 없는 약하디 약한 유비군의 사자인만큼 항상 목숨의 위험을 안고 업무를 수행할수 밖에 없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항상 당당하고 대담하게 상대군주에게 유비의 입장을 변호했다.

유비가 조조에게 쫓겨 원소에게 구원을 청할 때 원소가 자기 동생을 죽게 했다며 화를 내자 손건은 당황하지 않고 조조를 디스한뒤, 가지고 온 정현의 서한을 전달해 원소의 마음을 흔들어 유비가 원소에게 의탁할수 있게 했다. 또한 유표에게 의탁할때 채모가 유비를 까대자 "나를 까더라도 우리 주군은 욕하지마라. 여포나 조조가 우리 주군과 같은줄에 놓일 인물이냐" 라고 일갈해 채모를 데꿀멍시키고 유표가 유비를 받아들이게끔 큰 공을 세웠다.

가히 전국시대의 소진, 장이, 역이기급의 일을 거의 본인 혼자서 다 수행한것으로서 유비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데는 손건의 공이 지대했다.

하지만 214년 유비가 어느정도 기반을 잡고 성공하려고 하자 소리소문없이 사망해 버린다. 안습





[미축]

포지션은 재정담당 및 스폰서

서주의 어마어마한 부자로서 일설에는 부리는 하인의 숫자가 1만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아무 세력도 없고 힘도 없어 이리저리 빌붙어다니는 유비를 위해 전재산을 다 쏟아부었다. 조조가 헌제에게 미축은 훌륭한 인물이니 벼슬을 줘야 한다고 상소를 올릴정도로 조조에게도 이쁨을 받았지만 이를 다 무시하고 유비를 밀어주는데 자신의 인생을 전부 바친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냥 조조밑에서 중앙관직을 하며 일생을 편하게 살았을것이다.

유비가 도겸을 이어 서주를 통치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자신의 여동생을 유비의 부인으로 시집보낸다. 그리고 유비가 신야에 주둔하게 되자 자신의 재산을 털어 사병을 모아다가 유비에게 보낸다. 그리고 열심히 유비군의 내부 실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그야말로 유방의 소하급의 포지션을 잘 수행했으며 미축이 없었다면 유비는 돈이 없어 유랑도 제대로 못해보고 불귀의 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미축의 공을 인정해서 유비는 명예직이지만 제갈량보다도 더 높은 직위를 주었다.

결말이 간손미중 제일 안습인데 그의 동생 미방이 관우를 배신하고 오에 항복해버려 이에 부끄러움을 느낀 미축은 자신의 몸을 결박하고 유비에게 죄를 줄것을 청한다. 하지만 유비는 미방의 죄는 미축과 관계없다며 위로하고 미축은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시름시름 앓다가 집에서 분사한다. 동생을 잘못 둔 덕에 말년에 고통스럽게 죽은셈. 안습






간옹, 손건, 미축이 유비군의 총무, 외교, 내정을 맡아 오랜 고생을 하며 유비를 보조했지만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나 게임, 만화등 여러 미디어매체에서 이들의 대접은 그닥 좋지 못하다.



왜 간손미는 이렇게 한데 묶여 까이게 된것일까....






[진수]

정사에서도

'선주가 익주를 평정하고 나자, 손건은 종사 중랑(中郞)에서 병충(秉忠)장군이 되었고, 예우는 미축 다음으로 하되, 간옹(簡雍) 등과 같이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죽었다. -손건전-'

라고 같이 트리오로 묶긴 했는데 이를 보면 이 세명은 이전부터도 같이 묶여 평가를 받았다는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사에서는 묶이긴했어도 따로 디스는 당하지 않았는데....




[사마휘]

이들이 같이 묶여 디스를 당한 최초의 원인을 제공한건 역시 수경선생 사마휘일것이다.

사마휘 왈 [간옹, 손건, 미축은 분명 유능한 사람이기는 하나 백면서생이라 행정업무에만 능할 뿐이며, 유비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전략가] 라며 유비에게 세명을 같이 묶어 디스했고 이때문에 간손미는 오랜 세월동안 그냥 행정업무에 능한 백면서생으로 까여왔었다.

괜히 사마휘가 입만 안털었다면 간손미가 한데 묶여 까일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말년]

이를 널리 대중화시켜 모두가 간손미를 입에 붙게 만든 만악의 공적이 바로 이말년

이말년의 웹툰에서 처음으로 간손미라는 말이 사용되며 유비군의 안습한 모습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엘롯기송을 패러디한 간손미~ 간손미~ 서글픈 노래~♬ 도 이때 같이 퍼지면서 간손미는 이제 어디에서나 다 안습의 상징으로 굳어져버린다.
가령 좀 듣보잡에 어중간한 능력을 보여줄때 간손미급이라고 하거나....

간옹, 손건, 미축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를 갈아도 시원찮은 최고의 공적인 이말년.. 뭐 이말년 덕분에 더 유명세를 탔다고 볼수도 있지만...




하지만 간옹, 손건, 미축은 이렇게 간손미라고 묶여 까이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유비군에서 잘 소화해주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유비도 없었을 것이며 유비는 감히 황제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등 S급이 전면에 부각되고 그들이 능력을 완전히 보여줄수 있는 그 기반엔 뒤에서 묵묵히 이들을 조력한 간옹, 손건, 미축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간옹, 손건, 미축을 간손미급이라고 묶어 까는건 부당하다.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다 바쳐 유비를 보조했더니 남은건 간손미급이라니!





P.S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family/216/read?articleId=22517082&objCate1=&bbsId=G005&searchKey=userid&itemGroupId=&searchName=%25EA%25B9%2580%25EB%258B%25AC1234&itemId=63&searchValue=WKXUiYNfjIc0&platformId=

여체화된 간손미를 다룬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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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가자
14/09/28 11:47
수정 아이콘
저 만화 그리신분 레진에서 정식연재 하게되었다고 하더군요..
절름발이이리
14/09/28 11:48
수정 아이콘
삼국지연의의 서사가
최고의 무장들을 둔 유비가 안 풀린 이유 → 화이트칼라(책사)가 부족 → 서서 영입 → 제갈량 영입 → 대박
이기 때문에
기존 화이트칼라는 부족했어야만 하는 구조죠. 무시받을 수 밖에
14/09/28 11:48
수정 아이콘
참고로 미손간이 맞습니다.
정사에서도 이들의 전기는 허미손간이진전으로 분류되어 있고, 실제 입촉 후 관직도 미손간 순.
수경선생이 셋 싸잡아 깔 때도 미손간 순이었죠.
언젠가 미축 주역으로 삼국지 재해석을 해보고 싶어요 흐흐.
이 양반이 정말 대단한 게, 서주에서 아무 것도 없던 유비를 딱 알아보고 자기 주군으로 삼습니다.
도겸의 의사도 있었지만, 서주 자체를 유비에게 넘긴 것도 미축이었구요.
거기에 여동생은 첩으로 바치고, 자기 집안 재산까지 거는 말도 안 되는 도박을 걸었던 사람이어요.
좋아요
14/09/28 11:52
수정 아이콘
최소 그도박이 반정도는 성공했는데 동생이...
14/09/28 11:54
수정 아이콘
여동생만도 못한 촉빠들의 원쑤 ㅠㅠ
개국공신이자 친동생에, 온갖 생사고락을 같이 한 놈이 주군의 의동생을 배신해서 죽였으니 원...
최후가 너무 씁쓸하고 불쌍하죠 미축은 ㅠㅠ
방과후티타임
14/09/28 11:55
수정 아이콘
근데 미손간은 입에 안붙어요.
14/09/28 11:58
수정 아이콘
아아 이게 다 이말년 때문이야 ㅠ.ㅠ
14/09/29 02:47
수정 아이콘
역시 스타트업 잘 안아보고 가는 눈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네여
설탕가루인형
14/09/29 11:18
수정 아이콘
이건 그란도시즌 같은 겁니다.
간손미가 아니면 무슨 맛이야!!
14/09/28 11:5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셋 중 간옹이 도췌 무슨 일을 했을지가 의문이긴 합니다.
미축이야 활 잘 쐈고 돈 많았고 군사 일은 못했을지언정 내치는 잘 했다고 정사에 나오고, 손건은 그야말로 사자왕이었는데...
간옹은 저 에피소드 빼면 뭐 나오는 게 없어요 흐흐;
유비 말벗이었나 ㅠ.ㅠ
14/09/28 11:53
수정 아이콘
그래도 유장을 잘 구슬려 성문을 열고 항복을 시켰으니... 익주를 점령하는데 나름 큰 공을 세움..
14/09/28 11:57
수정 아이콘
그걸 감안해도 셋 중 사료가 제일 적어 애매하긴 하죠 흐흐.
아마 말 잘하고 성격 좋으니 손건이랑 손잡고 사자로 뛰거나 했을 거 같은데...
저 셋이 유비 밑에 있던 시간에 비해 정사 분량이 턱없이 부족하긴 한데, 간옹은 심지어 연의에서 가져올 이야기도 없는게...
그러니 우리는 간손미의 리더를 미축으로 재추대해야 합니다?
14/09/28 12:19
수정 아이콘
오히려 유비군같이 고정적인 무언가보다 항상 불안 속에 있어야 했던 집단에서는 간옹같은 고참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봅니다. 손건은 말 그대로 실무형이었고, 미축은 재정적 지원에 사돈관계(전 미씨가 본처였다 보는 쪽)까지 맺으며 제갈량 등장 이후에도 실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방의 배신으로 다 나가리가 됐지만...
14/09/28 12:24
수정 아이콘
그 부분이 단지 추측에만 남아야 하는 게 많이 아쉬운거죠.
정사에서 촉이 가장 양도 적고 내용도 부실한데, 저 셋은 거의 한 페이지씩만 나오는 수준이니 ㅠ.ㅠ
anic4685
14/09/28 11:52
수정 아이콘
코에이 삼국지에서도 스텟이 어중간한것이...
14/09/28 12:59
수정 아이콘
스탯은 어중간 하지만 미축은 특기가 둘 밖에 없는 부호 입니다!!!
특기만 좋으면 스탯따윈 보조옵에 불과한 삼국지11 흐흐

그러나 손건 간옹은 어중간 하죠 ㅡㅡ;
화잇밀크러버
14/09/28 11:55
수정 아이콘
삼국지 및 영걸전 시리즈에서 다른 케릭들에게 밀린 점이 큰 것 같습니다. 크크.
14/09/28 11:59
수정 아이콘
미축은 분명히 정사에 활 잘 쏜다고 나와있는데 뜬금없이 군악대나 시키고 크크크
콩쥐팥쥐
14/09/28 12:26
수정 아이콘
하지만 그래서 가치가 올라간? 군악대야 라이트하게 하면 쓸모 없지만 하드하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병종이다보니
14/09/28 12:50
수정 아이콘
도전! 영걸전 1599!
오색형광펜
14/09/28 13:33
수정 아이콘
솔직히 영걸전은 간손미를 재발견해야 편해지는 게임이죠.
14/09/28 11:57
수정 아이콘
관우, 장비의 군사적 능력를 부각시기키 위해 유비의 군사적 능력을 너프시킨것처럼 제갈량의 등장을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너프될 수 밖에 없었던 셈이죠.
마스터충달
14/09/28 11:58
수정 아이콘
간손미는 이말년이 처음 쓴 것은 아닌걸로... 삼국지 게임 공략에서 숱하게 봐오던 간손미였는걸요.

사람은 좋은데 능력치가 어중간하다라는 평가야 말로 코에이 삼국지 때문에 이 말이 나왔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유비 진영으로 시작하면 간손미 만큼 애매한 애들이 없어서;;;
14/09/28 12:00
수정 아이콘
이 양반들이 가장 불쌍한 건 온갖 생사고락 다 넘기고 그나마 촉이 제일 잘 나갈 무렵 되니까 셋이 쭈르륵 다 죽었습니다 ㅠㅠ
한니발
14/09/28 13:38
수정 아이콘
이제 주공께서 대업을 이루셨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다 이루었다,
그냥 이러고 죽은 걸로 하죠 ㅠㅠ
그아탱
14/09/28 12:0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니 삼국 전투기에서 손건의 마지막이 생각나네요.
하늘로 심부름을 떠난다고...
정시연재 문제로 까다가도 이런거 보면 최훈을 못 까겠다는...
14/09/28 12:12
수정 아이콘
하지만 삼국지11에서는 다들 쏠쏠한 인재들이지요
14/09/28 12:47
수정 아이콘
부호, 논객...특기가 레알....
14/09/28 12:17
수정 아이콘
영걸전에서는 간손미가 짱인데...
라라 안티포바
14/09/28 12:27
수정 아이콘
고갤에서 영걸전 얘기할때부터 간손미 드립은 있었던거 같은데...이말년이 창시한 거였나요? 덜덜 센스가...
14/09/28 12:28
수정 아이콘
창시는 모르겠고 대중화시킨 절대적인 공은 이말년이라고 봅니다.
마토이류코
14/09/28 13:22
수정 아이콘
고갤에서 이미 간손미 드립은 있었습니다. 고갤보단 느리겠지만 마사토끼님이 영걸전을 그리면서 언급했었는데 아무래도 블로그에 끄적끄적 올리신거라 그리 유명하진 않았고, 이말년이 이걸 웹툰에서 끄집어냈어요
숲들숲들
14/09/28 12:57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고나니 집에 사놓고 묵혀?놓은 삼국지를 꺼내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초딩때 60권 삼국지를 다독하긴 했다만서도...크크
흰코뿔소
14/09/28 13:11
수정 아이콘
조조에게 순욱의 다단계 조직이 있다면 유비에게는 간손미가 있다!! 그 정도의 위치라고 봅니다.
Marionette
14/09/28 13:21
수정 아이콘
삼국지5에서 매력90의 손건은 충분히 쓸만했었는데 말이죠
yangjyess
14/09/28 13:29
수정 아이콘
조조에게 박살나고 유표한테 갈때 손건의 공이 아주 컸죠. 얼핏 생각하면 착한 유표가 종친인 유비를 흔쾌이 받아주었을거 같지만 곧 닥쳐올 조조의 침공을 고려하면 그렇게 단순한 결정만은 아니었습니다.

===============================================

유비는 비록 조조의 손아귀에서는 벗어났으나 남은 군사는 겨우 천 명도 되지 못했다. 그 몇 달 유벽 공도의 무리와 더불어 애써 길러놓은 수만의 군사가 조조와의 한 싸움에 산산조각이 나버린 셈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아까워할 틈도 없이 달아나는데 문득 앞에 큰 강이 하나 가로막았다. 부근에 사는 주민을 불러 물어보니 한강(漢江)이라는 대답이었다.

유비는 거기서 잠시 군사를 쉬게 하기로 하고 진채를 내렸다. 조조가 쫓아오기에는 너무 멀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때 이미 유비의 이름은 궁벽한 그곳까지도 알려져 있었다. 주민들은 말로만 듣던 유황숙이 이른 걸 알고 양고기와 술을 바쳐 위로했다.

유비는 그 고기와 술로 물가 모래벌 위에 술자리를 벌이고 장수들과 함께 마셨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유비가 문득 어두운 얼굴로 탄식했다.

"자네들은 모두 한 나라의 임금을 도울 만한 재주를 가졌으되 불행히도 이 유비는 그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 못 되네. 오히려 궁색한 내 운수가 자네들에게까지 미쳐 이제는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으니 참으로 자네들을 그르칠까 두려울 뿐이네. 그런데 자네들은 어찌하여 나를 버리고 밝은 주인을 찾아가 공명(功名)을 취하지 않는가?"

그때 관우가 일어나 항변하듯 유비에게 말했다.

"형님의 말씀은 옳지 못합니다. 지난날 고조께서 항우와 천하를 다툴 때에 여러 번 그에게 졌으나 구리산 싸움에서 한번 이기심으로써 사백 년 기업을 열 수 있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에게 매양 있는 일이거늘 형님께서는 어찌 스스로 크신 뜻을 낮추고 계십니까?"

실로 헐걸찬 관우의 말이었다. 그 말에 좌중은 처연한 가운데도 생기를 되찾았다. 손건이 관우의 말을 받듯 한 의견을 내놓았다.

"일의 성패란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반드시 상심하실 까닭은 없습니다. 마침 형주가 여기서 멀지 않으니 그리로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유경승은 그곳에 앉아 아홉 주에 세력을 펴고 있는데 군사는 강하고 양식은 넉넉합니다. 거기다가 또 그는 주공과 마찬가지로 한실의 종친이 되는 바 어찌 이럴 때 가서 의지해 보지 않으십까?"

"그가 나를 받아줄지 걱정이오."

"제가 먼저 가서 달래보겠습니다. 반드시 유경승이 경계 밖까지 나와 주공을 맞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 중략 ...)

유표의 장수인 채모가 유비를 헐뜯어 말했다.

"아니 됩니다. 유비는 먼저 여포를 따르다가 다시 조조를 섬기고 또 요즈음에 와서는 원소에게 의지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사람도 끝까지 섬기지 않았으니 그 믿지 못할 사람됨을 넉넉히 알 만합니다. 만약 이제 명공께서 그를 받아들이신다면 조조는 반드시 큰 군사를 이리로 보낼 것이니 형주는 곧 원치 않은 싸움에 말려들고 말 것입니다. 이는 명공뿐만 아니라 형주의 백성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먼저 손건을 목 베 조조에게 바치도록 하십시오. 그리하면 조조는 주공을 두터이 대접할 것이며 아울러 형주의 백성들도 죄 없이 도륙됨을 면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어차피 조조와 천하를 다툴 힘이 없을 바에야 일찌감치 조조와 화친해 일신이나 보존하자는 생각이었다. 손건이 정색을 하고 꾸짖듯 채모의 말을 받았다.

"이 손건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소. 그러나 지난 일을 들먹여 우리 사군을 헐뜯으니 할말은 해야겠소이다. 우리 유사군께서는 충심으로 나라를 위하는 분이니 조조나 원소, 여포 따위와는 비할 인물이 아니외다. 전에 잠시 그들을 따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뿐, 그들의 불의, 불충함을 알고는 이내 떠났던 것이오. 더구나 이제 우리 사군께서는 형주의 유장군께서 한조의 후예로 동종(同宗)이 됨을 믿고 천리를 달려 의지하러 온 것이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근거도 없이 헐뜯는 말로 어진 이를 이토록 시기하시오?"

그러자 채모의 말에 잠깐 섬뜩했던 유표가 이내 원래의 생각으로 돌아가 도리어 채모를 꾸짖었다.

"이미 내 뜻은 정해졌으니 여러 소리 말라. 너는 나를 어찌 보고 그리 함부로 떠드느냐?"

이에 채모는 부끄러움과 아울러 한을 품은 채 그자리를 물러났다.

"그대는 먼저 가서 유현덕에게 내 뜻을 전하시오. 나도 채비가 되는 대로 그를 마중하러 가겠소."

유표는 다시 그렇게 이르며 손건을 보내고 자신도 몸소 성밖 삼십 리까지 나와 유비를 맞았다.
14/09/28 13:53
수정 아이콘
사자왕의 위엄...
참치마요
14/09/28 14: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는 여전히 어정쩡 간손미..
14/09/28 18:09
수정 아이콘
이렇게 자세히 알고나니 간손미가 제 생각보다 대단한 인물들이었다는 건 알겠네요.

그래도 간손미 간손미 신나는 노래~ 하면서 노래 한번 불러보시면 너무 입에 착착 감겨서 멈출 수 없다는 걸 아실겁니다 (...)
누렁쓰
14/09/28 20:47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삼국지에 이름이 나오는 사람치고 안대단한 사람이 별로 없죠. 안대단하다고 명시적으로 나오는 사람 빼구요.
The Silent Force
14/09/28 22:10
수정 아이콘
덕왕님..
루베트
14/09/28 23:04
수정 아이콘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옹..
14/09/29 08:31
수정 아이콘
삼국지 게임에서 이 셋의 능력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활용할 수 있을까요?

어느 시리즈 부터인가 수입과 관련된 능력을 부여 받은 미축과 논객, 변설과 같은 능력을 받은 손건은 그나마 제 자리 찾아 가는 느낌인데

간옹은 정말 답 없네요..

사실 이런 인간적 능력을 객관적인 수치화 시키기가 정말 힘들긴 하죠.

본문이나, 댓글을 보아 생각해 보건데, 매달 충성도를 조금씩 올려주는? 그런 특기? 크크크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4/09/29 13:49
수정 아이콘
아니면 전투시 사기진작 특기를 부여한다든가.. 아니면 매달 같은 성내에 있는 장수들의 충성심을 올려준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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