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분씨의 블로그 '붉은 서재'에 있던 글입니다..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라는 책으로 나오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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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즈음 고려대의 몇몇 교수들이 '인문학의 위기'라는 선정적인 발표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어윤대 총장 밑에서 진행되었던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돈이 되지 않은 인문학이 홀대받고 있다는 불만에서 출발한듯 하다.

그것이 어느새 한국 전반의 '인문학 경시풍조'에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로 그 의미의 외연이 확장되었다.

그런데 당시의 선언을 전후해서 오히려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대중적인 담론에서 범람하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각종 대중매체에서 유명세를 얻은 로쟈, 강유원, 이택광 등이 '인문적 교양'을 주제로 다룬 대중서적을 출간했고

심지어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에서도 인문학적 상상력을 강조하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학에서 자립한 사설 인문강좌들도 대중적 인지도를 얻어 가고 있다.

물론 그런 현상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한 배경을 무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을 이루는 제반 영역들이 독립된 분과학문으로서 위상을 잃어가고 있고

아무리 인문학에 미래를 향한 새로운 상상력이 잠재해 있다고 입발린 소리를 해 봤자

대부분의 20대에게 인문학의 미래는 저임금 시간강사이다.

위기 운운하는 교수 자신들이 이런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팔 걷고 나서리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아카데미 바깥의 대중적 매혹은 그 위기와 맞물려 새롭게 각광받는 현상이라니.

이 이중적 현상을 두고 다음과 같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모두가 안정적인 조건 속에서 인문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시대는 한번도 없었다.

부분적인 유용성이 있다고 유독 인문학에 특별한 제도적 금전적 지원을 해봐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인문학이 처한 현실적 빈곤을 두려워하는 것이야말로 인문학 자체의 내재적인 빈곤을 구성한다.

인문적 사유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만일 인문학을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유일한 길이 있다면

그것은 인문적 사유가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경영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 주는 역할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데에만 있다.

그럴싸한 구실로 국가로부터 제도적 지원을 얻어내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인문학은 원로 교수들과 CEO들의 소관사항이 아니며 그들이 굳이 인문학을 위해 되지도 않는 궤변을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좋은 문학이란 부르주아들을 화나게 하는 문학이라고 선언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빌자면,

좋은 인문적 사유는 혁명에 굶주린 자들과 함께 굶주리며 부르주아들의 옹알이를 끝장낼 역할에 복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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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양반들 ... 착각하지 마시어요... 당신들 기업 취직하고 싶어서 인문학 공부하는거 아니니까...

'인문학도들아 우리가 이래서 니들을 안뽑는거거든? 태도 좀 바꿔 줄래?' 하는 충고 안하셔도 된당께로...

그냥 당신들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들 맘 편히 뽑아 쓰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