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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18 17:09:42
Name 홈런볼
Subject [일반] 이시각 사고해역에서 고생하는 잠수부 분들
가끔 뉴스에서 대형 교통사고라던지 대형 화재가 있어서 상해를 입은 환자들이 인근 응급실로 후송됐다는 뉴스를 접하면 인근 응급실 의사들 개고생하겠구나 저는 그런 생각부터 들더군요. 사고로 고통받을 환자들도 안타깝지만 응급실 의사들이 먼저 떠오르는건 그들도 환자들 못지 않게 고생을 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의사들 중 가장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의사 중 하나가 응급실 의사입니다. 특히 심한 교통사고나 화상 환자가 왔을 때는 스트레스가 극심하죠. 119에서 교통사고나 화상 환자가 온다고 연락이 오면 그 순간부터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면서 '왜 하필 여기로 오나...' 이러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죠.

응급실에서 인턴근무할 때 다리가 절단된 교통사고 환자가 왔는데 온 몸은 피투성이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이 상처 투성이었죠. 그 피비린내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바이탈 체크, 손상 부위, 출혈 부위 체크하고 응급 소독하고 수술 준비하라는데 너무 심각한 상해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더군요. 이거 수술 들어간다해도 어떻게 살리지? 싶었는데 결국 수술 들어가기 전 심정지가 오면서 한시간 가량 심폐소생술을 하다 결국 사망했는데 그 때 느낀 멘탈 붕괴는 아직도 선명하네요. 화상환자도 만만치 않습니다. 화상은 환자의 고통이 너무 극심하다보니 치료하는 의사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일을 맞닥뜨리는 사람들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에 맞닥뜨린 잠수부들도 지금 속으로는 '왜 하필......' 속으로 이러고고 있을 듯 싶습니다.

조류는 너무 빨라 잘못하면 내가 떠내려가게 생겼고 시계거리는 너무 짧은데 말은 통하지 않고...... 물은 너무 차가워서 살을 에일 듯 춥고...... 이 사고만 없었다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지금쯤 저녁 먹고 야구보고 있을텐데 내가 지금 왜 이 개고생인가 싶을거예요.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선박내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그 사이를 헤치고 선박내로 진입하라고? 수압이 있어 짐하나 밀고 들어가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그 짐을 헤치고 들어가니 그 짐이 내가 다시 나가야 할 길을 막아버린다면?? 만약 들어가서 그 어두컴컴한 수중에서 시체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이런 생각이 든다면 전 무서워서 선박내로 진입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을 생각하는 책임의식으로 자기의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존경받아 마땅하겠지만 위와같은 생각으로 선내에 진입하지 못하는 잠수부들을 겁쟁이라고 절대 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희생자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원통한 마음에 정부에게 구조작업을 서두르라 얘기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성과물을 만들어 내야 여론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그래서 실무 작업자들에게 성과물을 내 보이라고 쪼아대는데 작업환경은 최악에 작업성과는 하늘의 별따기이니 잠수작업자들도 참 난감할거란 생각이 드네요.

지금 현장은 희생자 가족, 대책반, 실무 작업자들까지 고통속의 아수라장이란 말이 딱 맞을 듯 싶네요. 거기에 그들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언론이 있어 더 안타깝고요.

절망과 눈물로 고통받을 희생자 가족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만은 애초에 초기대응의 미흡으로 이렇게 모두가 고통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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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희쨔응
14/04/18 17:11
수정 아이콘
구조된 단원고 교감 선생님이 자살했다는 기사도

올라오던데... 하 대체 이게 뭔 일인가요 ㅠㅠ
소독용 에탄올
14/04/18 17:13
수정 아이콘
학교의 현장책임자로서 책임감을 비롯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텐데,
구조자 대책이 잘 안돌아가나 봅니다.
정말 걱정스럽네요......
소시탱구^^*
14/04/18 17:16
수정 아이콘
최소한 생존된 사람들에게는 정보의 통제와 함께 격리된 상태에서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건 아닌지...
소독용 에탄올
14/04/18 17:11
수정 아이콘
거기에 전문가로서 상황에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무력감도 심각한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지요.
사고대응 및 처리 참여자들에 대한 상담 등 후속조치가 필요할텐데 당장 소방공무원이나 의료종사자에 대해서 하고있는걸 보면 그런게 없는듯 해서......
마토이류코
14/04/18 17:12
수정 아이콘
그냥 구명조끼입고 뛰어내리게만 했어도 이정도 인명피해는 아니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적어도 바다위에 떠있기만 했어도 날씨가 나쁘지 않은편이었으니 훨씬 안전했을것같은데..
덴드로븀
14/04/18 17:18
수정 아이콘
방금도 왜 16일에 바로 들어가서 구조하지 않았냐고 분노를 토해내는 지인을 설득해보려 했지만...
....안되네요....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곳인지, 지금 저 세월호 주변의 바다가 얼마나 지옥같은곳인지 너무 모르는것 같습니다.
4m급 이상의 큰 파도 위 배를 타봤다던가 스쿠버다이빙 하면서 조류에 휩쓸려보지 않았다면 모를수밖에 없는거긴 하지만...
너무 안타깝습니다.
욕먹어야할건 사건초기부터 적절한 대응을 하지못한 공무원들일텐데
정말 목숨을 걸고 이길수없는 바다와 사투를 벌이는 분들이 욕먹어야 하는지....
씁쓸하네요...
14/04/18 17:19
수정 아이콘
잠수부님들 힘들겠죠..
하지만 어찌합니까. 지금 할 수 있는게 그거 밖에 없는데...
저글링아빠
14/04/18 19:10
수정 아이콘
할 수 있는게 그거 밖에 없다면 힘들어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만,
그것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철수하고 접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래야 합니다.

저는 초보 다이버입니다만, 조류에 쓸려서 순간적으로 직벽에 충돌했던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는 저기에 들어간다는게 상상조차 되질 않습니다.
키스도사
14/04/18 17:24
수정 아이콘
목숨걸고 바다로 들어가서 구조작업 하는 사람들에게 닝기적 거린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격양된 유족들이야 그렇다 쳐도.
14/04/18 17:25
수정 아이콘
사실 이해가 안 갑니다. 잠수부들이 왜 이렇게 무리하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갑니다.
애초에 사고가 왜 났습니까. 밸런스 탱크, 과속, 무리한 출발, 과적(?), 여러 이유중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고 원인은 딱 하나입니다.
작업 능률을 위해 안전을 위한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왜 능률을 위해 안전원칙을 무시해서 일어난 사고에서 다시 능률을 위해 안전원칙을 무시하고 작업을 해야 하는지.
도대체 뭐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문가들은 모두가 입모아서 생존가능성은 희박하다. 인양준비부터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누구도 공식적으로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잠수부들이 작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게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에서 다시 원칙을 지키지 말라니. 페리호, 삼풍백화점 붕괴 등 수많은 사고에도 이 나라는 변하는 게 없군요. 앞으로 계속 같은 참사들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전혀 없군요.
Goldberg
14/04/18 17:28
수정 아이콘
이성적으로는 백번 맞는 말이지만 제가 실종자 가족이라면.....저도 똑같이 할꺼 같습니다....
14/04/18 17:31
수정 아이콘
저도 Realise 님 의견에 동의 합니다만..
제가 감히 그런말을 못하는 이유는 나쁜놈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위에 키스도사님말씀처럼 구조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닝기적 거린다고 욕하는 사람사이에서..
제가 '너무 위험하니 그런거 아닐까요?' 라는 소리 한마디만해도..
사고난 가족들 생각은 전혀 안하는 파렴치한이 되어버리니까요.. 그게 무서워 함부로 말하기가 어렵네요..
14/04/18 18:25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메뉴얼대로 하지않아서 사고가 났는데 구조는 매뉴얼대로 하지 말라니.. 미국 해군들은 유속이 규정이상 속도라서 딱잘라 안들어간다 했다죠. 우리나라라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메뉴얼 무시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맞는 말이고 사실이라 할지라도 입밖으로 내면 안되는 말들은 실로 존재합니다.
저글링아빠
14/04/18 19:05
수정 아이콘
이게 맞습니다. 저도 깊이 동감합니다.
결국 성과와 능률을 위한 안전무시로 난 사고인데
수습 과정에서도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네요.

사고는 사고고 이미 난 사고, 수습하는 장면에서라도 좀 냉정해져야죠.
자유의영혼
14/04/18 19:55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이네요.
도라귀염
14/04/18 17:44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장비가 없어 신속한 구조가 불가능하면 다른나라에 도움을 얻어야 하는게 아닌지 그부분이 안타깝습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구조장비가 왠지 훨씬 잘되어 있을것 같은데
덴드로븀
14/04/18 17:48
수정 아이콘
장비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세월호 주변바다는 지옥입니다.
그 지옥속에서 아무리 좋은 장비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최첨단 장비가 온다한들 결국 사람이 먼저 배안으로 들어가야만 하고 특수장비를 끌고들어가야만 후속작업이 진행될텐데요...
블로그 글이지만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조류의 무서움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해놓은것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ironmank?Redirect=Log&logNo=50193034634
도라귀염
14/04/18 19:32
수정 아이콘
왠지 일본은 재난재해 시스템이 잘되 있어서 구조장비도 잘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봤습니다 장비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군요
루크레티아
14/04/18 18:46
수정 아이콘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선내로 진입했더라도, 선내에서 그야말로 지옥도를 보겠죠.....
승객들과 승객 관계자들 말고 잠수부를 비롯한 구조 참가자들에게도 필히 장기적 정신과 치료와 상담이 동반되어야 할 겁니다.
14/04/18 18:59
수정 아이콘
저도 솔직히 잠수부 투입은 반대입니다. 이미 한분은 뇌사를 당했다죠? 그나마 천안함의 선례가 있어서 이번에는 구조작업 하시는 분들의 피해가 그때보다는 덜한것 같습니다만...
영원이란
14/04/18 20:29
수정 아이콘
뇌사는 잠수부가 아니라 해군 함정에서 근무하던 병사입니다. 구조함 선체 내부 엘리베터에서 작업을 하다가 엘리베이터 오작동으로 사고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영원한초보
14/04/18 21:58
수정 아이콘
뇌사인 분은 잠수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낭만토스
14/04/19 00:04
수정 아이콘
내일쯤되면 그 잠잠해지는 시기 빼곤 인양준비 해야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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