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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17 19:11:46
Name 필더소울
Subject 나만 힘든 게 아니란 걸 알고는 있지만
아침 6시, 알람에 눈을 뜹니다.
오늘은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몸이 일어나질 않습니다.
6시 20분, 다시 알람이 울리고 여전히 잠에 취해있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킵니다.
밥을 먹으려다가 마땅한 반찬이 없다는 걸 알고 그냥 씻고 학교로 갑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약 1시간.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자고 싶지만 울렁거리는 버스 안에서
쪽잠을 자기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학교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잠은 오고, 잠을 깨려고 인터넷 기사를 봅니다.
세월호 소식 때문에 괜히 우울해집니다.
수업이 시작되고, 교수님의 강의를 듣습니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어려운 내용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설상가상 잠도 오려고 하네요.
어찌어찌 2시간 수업이 끝나고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갑니다.
학식 메뉴들은 어찌나 볼품없게 생겼는지 있던 식욕도 날아가 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고심 끝에 고른 식사는 제 배를 채워줍니다. 맛은 그저 그렇지만 먹을 만하네요.
다음 수업까지 1시간이 남았습니다.
여전히 몸은 천근만근. 잠을 자다 깨다 반복합니다.
두번째 수업이 시작되고... 이것도 2시간이네요.
알듯 말듯한 내용에 머리가 멍해집니다.
두번째 수업도 끝이 나고, 이제 드디어 마지막 2시간(!) 수업만 남았습니다.
앞에 두 강의는 그래도 나름 딴 생각 없이 들었는데 이번 수업은 이상하게 오만가지 생각이 제 뇌를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중간고사가 끝나면 조원들과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 왜 하필 내가 제일 선배일까? 잘 할 수 있을까?
엄마가 택배 보내라는데, 아..귀찮네... 누나가 택배 찾아 오라는데... 아 귀찮네.... 다음 주가 시험인데 한 게 없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칩니다. 짜증 낼 힘도 없구요...
모든 수업이 끝나고, 이 놈의 몸뚱아리는 아침에 찌뿌둥했던 상태 그대롭니다.
그런데 비가 오네요. 우산 안 챙겼는데...하아....
집으로 가는 길에 우산을 사서 버스를 탑니다.
사실 요즘 시력이 안 좋아졌는지 글자도 흐릿하게 보이는 게 안경점에 가야 하는데 그냥 바로 집으로 갑니다.
엄마가 보내라는 택배도 그냥 내일 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누나가 말한 택배는 가져와야겠죠?
경비실에 가보니 엄마 것도 같이 있네요. 한 손에 우산, 다른 한 손에는 택배 상자를 들고 힘겹게 집으로 향합니다.
xxxx!@#$%$
저도 모르게 육두문자가 튀어나옵니다. 이건 뭐, 동생이 아니고, 아들이 아니고, 집안 전용 택배 기사네요.
예전에 이걸로 누나에게 하소연했지만, 막내인 니가 참아라. 로 결정이 났습니다.
어차피 이런 걸 하소연해봤자 들어줄 사람도 없습니다. 이어폰에선 서태지의 [레플리카]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냥, 소리를 한껏 높입니다. 스트레스 풀 방법이 이거밖에 없네요.
집에 도착 후, 택배를 바로 내동댕이칩니다. 어차피 둘 다 옷이라 파손될 리가 없겠죠?  
우산을 베란다에 말리고, 가방을 풀고 내동댕이쳤던 택배 상자를 방에 고이 모셔둡니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긴...개뿔! 지금 이렇게 피지알에 글 쓰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요즘 뭔가 되는 일도 없고, 스트레스만 받아서는 그렇다고 스트레스 풀 때도 없고, 그렇다고 가족에게 말을 하자니
오래전부터 다들 내 말은 안 듣는 것 같아서 말하길 포기했고, 식욕도 없어져 살은 점점 빠지고 있고 그렇네요.
질게에 57~8kg이라고 썼지만 어제저녁에 재보니 정확히 54.7이네요. 이러다가 말라 죽게 생겼습니다.
중간고사 후에 있을 팀 프로젝트(조별과제)도 엄청나게 부담되는 게 도대체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지,
그리고 조원도 둘 다 집부에 후배들이고, 이걸 기말고사까지 잘 해 나가야 하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네요.
당장 다음 주가 시험인데 집에선 당연히 공부가 안되니 짜증 나고,
믿었던 학교에서마저 공부가 안되니 짜증 나고,
이것밖에 안 되는 내가 한심하고, 답답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작년에 열심히 할 걸 이라는 생각도 들고 뭐 그렇네요.
쓰다 보니 너무 횡설수설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데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고
그나마 제 유일한 안식처인 피지알에 글을 써 봅니다.
근데 저만 힘든 거 아니잖아요? 다들 똑같이 힘든데 저만 투정부리는 글을 쓰려니 조심스럽네요.
그래도 이렇게 한 번만 이라도 내뱉고 싶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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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토키
14/04/17 19:1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힘들면 투정한번쯤 부릴수있는거죠뭐
원해랑
14/04/17 20:10
수정 아이콘
그래요 옳고 그르고 다 떠나서 싫컷 투정 부리고 싶을 때가 있죠.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힘내세요!!
탕수육
14/04/17 20:49
수정 아이콘
그래도 학생 때가 제일 편하다... 마 그리 생각해봅니다.
휴잭맨
14/04/18 01:29
수정 아이콘
참고 또 참고, 인내를 많이 찍어두면 사회생활에 나서면 도움이 많이되요.
힘내고 열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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