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시비에 그 사람은 당황했지만 그를 예전부터 알았기에 비교적 침착하게 답을 하죠.
“뭐가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겁니까?”
그가 반론을 할 줄 알았다는 듯 소피스트는 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은 아내를 너무 비참하게 만들고 있소!”
소피스트의 비난에 그 사람은 황당한 얼굴을 하며 답하지요.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에게 그런 이야길 하는 겁니까?”
그의 언성은 상당히 커져 있었습니다.
소피스트는 아주 진지한 어조로 그 사람과 술집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으라는 듯이 폭로를 합니다.
“근거야 넘치고 넘치지! 당신은 아내에게 몇 달 째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않았고, 툭하면 폭력과 폭언으로 아내를 학대하지 않았소!”
이 말을 하는 소피스트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사람은 아주 황당하다는 듯 다시 답을 합니다.
“당신 말은 처음부터 잘못됐습니다. 난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단 말입니다.”
그의 말에 소피스트는 당황했습니다. 그가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는 걸 사람들도 알아채고는 짜증나는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지요. 소피스트는 조용히 자리를 피해 술집의 구석자리로 들어가 조용히 술잔을 들이킵니다. 그의 모습이 처량했던지 바텐더는 공짜 술 한 잔을 그에게 권하며 넌지시 묻습니다.
“손님 어쩌자고, 그런 이야길 하신 겁니까?”
그에 그 소피스트는 아주 비장한 얼굴을 하고 읍조리듯 이야기합니다.
“두고 보쇼. 그가 결혼을 하면 내 이야기가 옳았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소피스트의 행동과 마지막 말을 보면서 헛웃음이 날 수도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본인도 이와 같은 행동을 하고 계시진 않습니까?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무대 뒤의 이야기는 알 필요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반딧불의 묘’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은 일본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데요. 학교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이 작품을 쓸 때 작가가 어떤 마음이었을 지를 알아오라는 과제를 내 준적이 있답니다. 그리고 그 학생 중에는 이 작품을 쓴 작가의 딸도 있었고요. 딸은 자신만만하게 아버지에게 가서 그때 마음이 어떠했는지 물었지요.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더랍니다. ‘마감에 쫓겨서 죽을 거 같았다.’ 그리고 그대로 써간 딸은 당연히 낙제를 받았고요. 전 여기서 낙제를 준 선생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선생이 내준 숙제는 실제 작가에게 가서 인터뷰를 해오라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마음을 유추하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대 뒤의 실제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무대를 통해서 우리가 이해하고 감동을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울러 무대 위의 사람과 무대를 내려온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고요. 프로게이머 이재동이 폭군의 별명을 가지고 게임을 하면서 정말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가 정말 폭군은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from kimera
사족: 정말 저 위에 소피스트 같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나니까, 정말 있었구나 싶어서 황당하네요. 사람은 역시 모두 선한 것만은 아닌 거 같습니다.
사족 둘: 어떤 이는 스스로 진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한다고 믿고 행동을 하지만 정말 속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있는 것은 가리고 싶은 자신의 가녀린 모습일 뿐인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그랬죠, 자신을 들여다 보지 않고 타인의 이야기를 옮기는 자는 상종하지 말아야 하는 소인배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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