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똘 끄루져~ 오퍼레~셔널
제목 바꿨습니다. 제목의 모티프는 물론 "영웅왕, 영웅도 왕도 아닌"에서 따 왔습니다~
그 어릴 적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하면서 그 거대한 몸체에 놀랐던, 하지만 겨우 뿅뿅 쏴 대다가 히드라의 다굴에 산화하는 걸 보고 당황했던 테란의 베헤모스급 전투순양함이 있었죠. 그 이름도 유명한 Battle Crusier입니다. 아 Battle C loser 였던가요 -_-a
SF의 세계에서는 이런 우주선들을 "함"으로 분류해 거기에 걸 맞는(다고 쓰고 대충 때려박는다고 읽습니다) 명칭을 붙입니다. 프로토스의 캐리어도 있고 발키리는 프리깃함(호위함)이죠. 레이스야 종이 아니 그냥 비행기구요. 문제는 이 배틀크루저의 번역명에 대한 것입니다.
이 배틀크루저의 시작은 역시 영국이었습니다. 전함은 기본적으로 적의 주력함과 싸우고 육상 기지를 포격하기 위해 강력한 함포를 단 군함이고 순양함은 말 그대로 순양(cruise)하는 (더 쉽게는 바다를 유람하는-.-) 놈(er)입니다. 식민지 쟁탈기에 대서양을 왕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군함이 필요했고, 그것이 순양함이었던 것이죠. 전함의 발달로 순양함은 전함의 보조위치에 놓여졌지만 순양함 자체도 발전을 계속합니다. 가진 무장에 따라 경순양함 중순양함으로 바뀌었죠.
이런 가운데서 탄생한 것이 바로 배틀크루저입니다. 컨셉은 방어력은 좀 소모하더라도 전함급의 공격력과 순양함급의 기동성을 노린 것이죠. 그래서 처음 나온 말도 Battleship-Crusier, 번역하면 전함순양함이었죠.
이를 번역하기 위해 두 가지가 동원됩니다. 첫째는 스타크래프트에서 볼 수 있는 전투순양함, 하지만 동양에서 이 용어를 번역하고 유일하게 (지금 배틀크루저는 아예 사라졌습니다) 사용한 일본 제국해군에서는 이를 순양전함이라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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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헬게이트가 열리는 거죠. 이게 전투순양함이냐 순양전함이냐, 이에 대해서 많은 논리가 동원됐고 서로 내가 맞니 니가 맞니 하며 싸웁니다. 대표적인 논거는 엔하 참조하셔용~
http://rigvedawiki.net/r1/wiki.php/%EC%88%9C%EC%96%91%EC%A0%84%ED%95%A8#s-4.1
어느 쪽이든 중시하는 게 있습니다. 한국어에서 앞에 오는 말은 뒤의 말을 수식하는 것이죠. 즉 전투순양함이라 하면 이 배는 순양함의 종류가 되는 것이고, 순양전함이라 하면 이 배는 전함급이 되는 겁니다. 단지 말 문제가 아니라 전자라면 이 배는 순양함급의 최종발전형이고, 후자라면 이 배는 전함의 변형인 것이죠.
저 같은 경우는 그냥 순양전함이라 표현했고 줄여서 그냥 전함이라 했습니다. 어쨌든 영국에서는 이 배를 주력함으로 전함과 함께 묶었거든요. 정작 그 영국에서도 순양함으로 취급했다, 번역한 일본에서도 이건 틀린 번역이라 했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만든 지들끼리도 헷갈리던 거거든요 (...)
최후의 전함 아이오와급은 "순양전함의 이상향"이라 불립니다.
과달카날 해전에서 계속 나왔던 공고급도 순양전함이죠
이런 상황이니 전 그냥 전함으로 다 때려박았던 겁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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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군함들의 명칭을 정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은 그 배의 크기도 있지만 우선 그 배의 운용 원리에 따릅니다. 전함은 적과의 함포전에, 순양함은 기동성에, 구축함은 어뢰 및 대함전 등에, 호위함은 이런 배들의 호위에 등이죠.
문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 경계가 흐릿해진다는 것이었죠. 어쨌든 전함이나 순양함이나 함포로 적을 상대하는 것, 속도도 빠르고 공격력도 강한 배가 나오면 이걸 어떻게 쓸지는 지들도 모릅니다. -_-; 전투를 겪으면서 어느 정도 정착될 뿐이죠.
다른 배들도 시대에 따라 이런저런 변화를 거칩니다.
울산급 호위함
프리깃함은 대항해시대 이후 주력함인 전열함을 호위하는 용도였지만 화력이 그리 약하진 않았습니다. 이름답게 가만히 줄을 서서 싸워야 되는 전열함에 비해 나름 기동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배였죠. 그냥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에서 프리깃함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 활용법이 순양함이랑 그리 다를 바 없었고, 결국 확실히 정하는 게 아니라 뭘 호위하는 역할을 맡으면 호위순양함, 호위항공모함 이렇게 붙이는 식이었죠. (...)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후 주력함이 순양함에서 구축함으로 가면서 그보다 작고 이 주력함들을 호위하는 배들에 프리깃이란 이름을 붙이게 됐죠.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의 경우는 변화가 더 심해서 어뢰정을 구축하는 배로 시작했다가 미사일 시대가 되면서 전함이 도태, 순양함과 구축함도 딱히 구분할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대잠에 헬기가 동원되고 순양함에도 대잠 설비 많이 실으면 그만이구요 - -; 각 종류마다 대잠을 중요시하느냐 대공을 중요시하느냐, 헬기를 싣느냐 마느냐에 따라 구분하지만 순양함과 구축함을 구분할 확실한 방법은 사라지다시피 한 것이죠.
세종대왕급
그러면서 구축함은 계속 크기를 불려갔고, 세종대왕급 같은 경우는 이게 구축함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왜냐면 이게...
미국의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보다 더 무겁거든요. -_-;
여기저기 위키에는 만육백톤이니 만천톤이니 하고 해군 홈페이지엔 딱 일만톤이네요. 타이콘데로가와 조금 무겁다가 가볍다가 하는데... 사실 이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알레이버크급 - 만재배수량 9200톤
일본 아타고급
[호위함] - 1만톤
... -_-;
주변국에 괜히 "우리 순양함 만들었똬아~" 할 필요 없으니 다 구축함이라 하는 겁니다. 그 정도로 순양함과 구축함 사이의 경계는 없어졌습니다.
아타고급을 가정해서 만든 지팡구의 미라이도 그 시대 가니 개나소나 순양함이라고 하죠.
그래도 순양함급의, 혹은 구축함급의 능력을 하려면 몇천 톤은 돼야 한다는 암묵적인 기준 정도는 있습니다. 9천에서 1만톤 정도 되면 순양함이다 이런 것처럼요. 하지만 그 기준 역시 나라마다 다릅니다.
광개토대왕함은 미국 가면 호위함이 됩니다. 그 크기가 그래서죠.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어쨌든 구축함으로서의 활동을 하기에 지금은 미국도 구축함이라 쳐 주죠. 세계의 무기체계를 이끄는 나라에 맞춰 이것을 맞추지만, 다른 나라의 것들을 다 맞출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세계의 군함의 기준이 된 것은 언제나 영국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미국이지만요. 영국에서 만든 전함 등의 명칭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대강 맞췄지만, 그 때도 어긋나는 나라는 많았습니다. 독일의 포켓 전함, 프랑스의 해방 전함이 그랬죠. 얘네들은 영국만큼의 기술과 돈이 없는 상태에서 전함보다 작은 사이즈에 전함에 맞설만한 무기를 싣고 저렇게 불렀죠.
배틀크루저의 활용법도 영국부터가 이게 전함인가 순양함인가 헷갈렸고 나라마다 각기 달랐습니다. 아니 당장 영국부터 대항해시대부터 주력함이니 무슨 함이니 무슨 함이니 혼란을 겪었는데요 뭐 -_-a
다른 무기 체계도 마찬가지라서 전차는 주로 독일, 항공기는 주로 미국에 맞춰서 이게 몇 세대니 몇 세대니 전폭기니 공격기니 했지만, 모든 나라에 정확히 맞출 정도는 불가능합니다. 기술 발전과 각 나라의 사정에 맞춰서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덕분에 밀덕들은 이게 뭐니 뭐니 하면서 막 싸웁니다 >_<;
이것도 볼까요.
러시아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 만재배수량 28000톤짜리의 무시무시한 놈입니다.
+) 깜빡했는데, 기준배수량은 배에 아무것도 안 실었을 때, 만재배수량은 무기 이것저것 다 실었을 때입니다. 위에 말한 건 전부 만재배수량입니다.
러시아는 이걸 가지고 순양함이라고 하지만, 나토에서는 이 크고 아름다운 덩치 때문에 대 놓고 전함, 그것도 순양전함이라고 합니다. (...)
세계적인 전문가들도 어려워 하는 것에 이게 무조건 맞다고 할 순 없을 겁니다. '-'a 특히 기술 발전이 계속되고 전투 교리가 계속 바뀌는 시대에서는 그 경계가 더욱 흐릿해질 수밖에 없죠. 다만 그 함의 명칭은 곧 그 함을 어떻게 쓰느냐로 연결되기에 아예 쓸데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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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군 얘기로 다시 가 보죠.
위에서 독일의 포켓전함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작은 전함이라는 얘기죠. 작은 배수량에 강력한 무기를 마구 우겨넣은 것을 말 했죠. 이 명칭 자체도 영/미가 붙여준 별명이긴 하지만요.
현대에 이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해군이 있으니... 바로 우리 해군입니다.
육군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나라에 해군에 돈을 얼마나 주겠습니까. 그래서 해군은 작은 배를 만들더라도 최대한 무장을 우겨넣습니다.
미사일 같은 건 얘기가 어려우니 함포 얘기로 가 보면, 일단 3950톤급 광개토대왕의 함포가 127mm였습니다. 일본은 첫 이지스함인 공고급에서부터 달았던 거였죠. 지금이야 신형 구축함에도 이거 달고 구형 구축함의 함포도 바꿔 달고 있긴 하지만요.
여기서 해군은 더 나아가서 차세대 호위함, 인천급에 127mm를 달고 있습니다. 기준배수량은 2300톤, 만재배수량은 아직 추정이지만 2800에서 3000톤 정도죠. -_-;
여기에 더 해 해군은 아주 무시무시한 물건을 만드니...
바로 76km의 함포를 가진 우주전함 윤영하함입니다.
... 잠시 서해에서 그간의 교전으로 순국하신 장병 분들께 묵념하겠습니다.
윤영하함의 함포는 76mm. 이거... 500톤짜리예요. -_-; 일본 해상자위대가 공고급보다 작은 애들이 이거 달고 다녔어요. 이거 외에도 윤영하함은 공격력 면에 있어서는 광개토대왕급의 70%를 목표로 한 배입니다.
해군은 일단 미사일을 쏠 돈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해전에 대비해 함포만큼은 큰 걸로 달았고, 훈련도 열심히 했습니다. 덕분에 림팩 훈련 때 예인기와 표적물 사이의 와이어를 끊는 신묘한 포술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기술이 발전한 후에도 이건 그리 달라지지 않아서 세종대왕급의 수직미사일 발사관 VLS가 총 128셀입니다. 미국 알레이버크급이나 일본 공고급이 96셀, 타이콘데로가급이 122셀입니다. - -;
이 정도로 해군은 공격 중시를 강조한 것이었죠. 좋은 건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 그 정도의 무장을 싣는다는 건 그것이 적정량이는 것, 많이 실을수록 우겨넣기가 돼 버리니까요. 하지만 개떼의 북한을 대상으로 하든 대 놓고 (국민들이야 대 놓고 말 하지만) 말 하진 못 하는 다른 나라들과 상대하든 열세인 상황에서 함포든 미사일이든 많이 넣어놔야 그래도 싸울 수 있거든요.
해경도 이건 마찬가지라서 한국엔 아직도 40mm 함포를 가진 배가 있습니다. 해군과 해상자위대의 싸움과는 달리 해경과 일본 해상보안청과의 싸움에서는 우리가 화력이 훨씬 세죠. (...) 일본에서야 아니 해경이 저런 배 가져서 뭐 하냐 하겠지만 북한 핑계 대면 그만이거등여? 이거 시간 내서 자위대 얘기도 한 번 해야 될 것 같네요.
한국 해군, 참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어느새 이지스함까지 만들 정도로 컸죠. 그런 면에서 국군이 북한군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너무 뭐라고 하면 안 됩니다. 육군도 그런 면이 있겠지만, 해공군의 경우 북한 해공군이 쩌리인 상황에서 어떻게 돈을 타내겠습니까. 대놓고 도쿄 베이징 폭격할 만한 전폭기 달라고 할 수도, 해상자위대랑 맞짱 뜰 수 있는 대형함 만들게 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래서 북한군을 최대한 과대평가 해서, 혹은 대양해군 같은 이런저런 이미지를 내밀면서 최대한 예산을 타 내는 겁니다. 그런 노력의 성과는 정말 컸구요.
문제는 앞만 바라보다가 근해를 제대로 신경쓰지 않았고, 광개토대왕급 등이 등장하기 전까지 온갖 중노동을 다 해 온 울산급과 포항급들은 이제 낡을대로 낡아버렸습니다. -_-; 원래 울산급 호위함을 바꿀 계획도 있었는데 IMF로 인해 KDX 신형 구축함 시리즈 (지금의 광개토대왕 충무공 이순신 세종대왕)도 잘릴 위기에 처해서 대신 이걸 잘라버렸죠. 그 후에 겨우 다시 살려서 만들어진 게 지금 인천급입니다.
거기다 주변에 강대국들이 잔뜩 들어찬 처지라서 맘 놓고 이거 만들었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세종대왕급이 일부러 톤수를 낮췄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이게 주변국을 자극하기는 해서, 일본도 한국이 뭐 만들었다는 핑계로 자기네도 뭐 만들고, 한국보다 더 한 짓을 하고 있죠.
이런 게 호위함이래요. 독도함이랑 크기 비슷합니다. 그래봐야 외국에서는 헬기항모로 분류하죠. 거기다 더 큰 놈도 만들고 있어요.
맨 위가 독도함, 두번째가 휴우가급
[호위함], 아래가 새로 만들고 있는
[헬기 호위함]입니다. 하지만 주변국에서는 이게 항모가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헬기만 싣는다고 해 놓고 수직이착륙 가능한 해리어 실은 전력이 있거든요. -_-a
일본에선 이 모든 게 프리깃, 호위함입니다. (...) 근데 아직 일본의 법 때문에 진짜 호위함, 아니 대체 뭘 호위한다는 거냐는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_-a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라는 게 법으로 박혀 있기에 이들에 가해진 제한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전력이 아무리 강한들 우리가 조금은 안심해도 될 부분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아예 따로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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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터 일본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네요. 그럼 다시 배틀크루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대세는 순양전함으로 가고 있습니다. 애초에 그 순양전함을 쓴 일본이 순양전함이랬으니 순양전함이 맞다고 봐요. 전투순양함도 크게 싸우고 있지만 이건 역시 테란 배틀크루저 때문에 띄워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이 배틀크루저 자체도 순양함보단 전함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우선 배틀크루저는... 느립니다. 전투순양함으로 기동성을 강조한다면 최소한 캐리어를 쫓아가서 잡을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근데 너무 느려요!
거기다 전투순양함이라 한다면 어쨌든 순양함, 전투라는 이름이 뽀대 나긴 하지만 전함보다는 한 단계 아래입니다. 키로프급을 순양함인데 순양전함이라고 여기듯이 순양함보단 뭔가 급이 달라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근데 테란이 가진 것 중에 이것보다 더 큰 거 없어요! 순양함이 저 정도라면 솔직히 전함은
이런 것 정도 달아서 공중에 띄워 놔야 될 거 아닙니까? 거기다 배틀크루저가 쏘는 포를 보세요! 야마토가 순양함이었습니까 전함이었습니까! 야마토는 배틀크루저도 아닌 그냥 전함이었어요!
뭐 솔직히 그냥 배틀크루저 배틀크루저 많이 나오니까 배틀크루저로 삼은 것 같습니다만 -_-a
아무튼... 명칭에 너무 열을 내는 건 좋진 않습니다. 어쨌든 외국에서 온 걸 번역 문제로 다투는 거니까요.
하지만 배틀크루저는 순양전함입니다! 이상입니다!
>_<;;;
전투순양함 지지하시는 분들 그냥 어려운 글 쓰다가 좀 웃으면서 쓰려고 쓴 글이니 봐 주세요 ( ㅠ_ㅠ)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5-05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