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누구나 소년이던 시절이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소년은 소년이기에 소년의 사랑을 한다. 꼭 찰랑찰랑한 포니테일에 하얀 얼굴에 갸날펐던 팔을 가진 클라리넷 선생님의 딸이었던 그녀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 소년의 사랑은 반드시 청소년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남자의 연애를 하기전 까지 지속되는 것. 유치하고 치기 어리고 상대에 대해 잘모르는 사랑이지만 다만 좀더 아련하고 좀더 애틋한 무언가는 분명 있다. 이 시기의 사랑이 보통의 경우 첫사랑이라고 불리며 그 애틋함만큼은 평생 못잊혀 지기도 한다.
모든 소년의 사랑이 그렇게 애틋하고 아련했으면 좋겠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애틋했기에 나오는 이후 행동의 방향이 다른거겠지만. 모두가 그 애틋함을 아름답게 추억하지만은 않았다. 고등학교때 내 친구는 좋아하던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그녀의 험담을 하고 다녀서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사실 그것도 모르겠다) 그 결과 그녀를 왕따로 만들었다. 대학교 신입생때 1년 선배는 나의 동기를 쫓아다니다가 실패한 뒤 지금 용어로치면 어장관리녀로 그녀를 과커뮤니티에 발못붙히게 할뻔했다. (다만 공대라서 여자가 발 못 붙히기는 아무래도 힘들었다.그녀가 그일로 과내 사람들을 피해다녔기에 그렇게 될뻔했지만 그녀가 2년뒤 다시 인사이드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늘 붐볐다.) 이정도까지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나의 친한 후배는 신입생때 고백했던 그녀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서 받았던 상처를 그녀가 후회하고 다시 그를 만나고 싶어했을때 똑같이 돌려줬다. 훼손의 이유는 사실은 별거없다. 정작 그 사람은 그대로인데 본인 생각이 달라졌을뿐이다.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그것이 묘하게 합리화가된다. 차일거 같아서 선빵을 날리는 사람처럼 내가 세상에 버림받기전에 내가 세상을 버리자는 말장난을 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여우가 귓가에 속삭인다. 저 포도는 신포도라고. 사랑의 실패는 때로는 훼손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상처를 아물어 간다. 내가 원하지만 못되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게 된것이기에 못된 것에 후회가 없다는 건데 사실 신포도 정도면 애교로 볼 수 있을 정도고.... ( 왜냐하면 신포도는 여전히 포도니깐), 때로는 그녀가 angel 에서 devil 로 goddess에서 bitch로 훼손 되어간다.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쪽도 아닌 그저 사람이었을텐데. 어째든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나이를 먹고 소년시절에도 안하던 짝사랑을 시작하며 주변 친구들에게 많은 진심어린 조언을 들었다. 정말 '병진'같다고. 정 마음이 깊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기회를 노려보는것도 투자의 측면으로 이야기하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비겁해보이고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할 내스스로가 부끄러워져서 하지 못했다. 여튼 그렇게 들어간 짝사랑속의 그녀는 다른 나에게 관심이 없는 여자와 거의 흡사했다. 나의 호의를 알고 자신이 필요할때만 연락을 했으며 그녀가 날 필요로 할때 나는 성심성의껏 대해줬고 그녀가 날 필요로 할때는 늘 함께였지만 정작 내가 그녀가 필요할때는 나는 늘 혼자였다. 그래서 그녀가 나빴나? 내가봤을땐 아니다. 설령 그녀가 나빴다 하더라도 만약 그녀가 남자들 환상속의 지나치게 좋은 여성이었다면, 나는 애초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기회조차도 없이 커트 당했을 것이다.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을 지키고 싶었다. 훼손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보다도 이것을 더 지키고 싶었다. 그랬기에 그녀가 나에게 왔을때 그녀에게 내가 지킨 사랑을 보여줄수 있었다. 많은 힘든시기를 겪었지만 이제 햇수로 3년차 만 2년이 다되어가는 그리고 홀로 짝사랑하던 시절보다 훨씬 더 길게 둘간의 추억을 쌓은 중견커플이 되었다. 때로는 여자친구보다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하고, 깜박잊고 여자친구에게 연락안했을때 바가지를 긁히면서 살고 있고 종종 언제 어떻게 결혼할건지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커플이다. 나는 그녀를 기다리며 그녀를 사랑했고 또한 그만큼 미워했다. 지금도 가끔 술먹고 이야기가 나오면 울컥할 정도로. 다만 훼손하지는 않았다. 미움조차도 그녀를 사랑하기에 느끼는 감정임을 쿨하게 인정했다. 통설에서는 감정이 뜨겁지 않은것이 쿨하다고 표현되지만 오히려 뜨거운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게 더 쿨 할 수 있다. 사실 쿨하다는 단어 자체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째든 그녀를 그렇게도 미워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만은 끝끝내 지켜냈다.
"나에 대한 사랑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라며 그녀가 진짜 나의 사람이 되어줬던 그때가 아직도 떠오른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1-2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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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인거 같아요 흐흐 거의 대부분의 짝사랑은..사실상 짝사랑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검증의 과정보다는.. 멀어짐이 더욱더 흔하고 쉽고..합리화하고 자기를 지키기 좋으니..
그 과정에서 서로 원한도 생기고..
저도 5년간 쫒아다닐때는 그렇게 냉정하고 매정했던 그녀가.... 중간중간에 제가 정말 증오도 많이하고.. 상대방은 별로였다고 합리화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랑 연락도 안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라 계속 노력해서 친해졋는데 결국 서로 친해지고 친구가되니 정말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여우와 신포도는 제 인생 최고의 명작입니다.
항상 합리화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이 이야기를 떠올리면..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더라고요..나름 인생에 좌우명입니다.